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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이후 매수 문의 10배 급증"…규제피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반사이익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0.22 06:00

[땅집고] “하루 문의 건수가 1~2건이었는데, 갑자기 10건 가까이로 급증했습니다. 10·15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대폭 줄었어도 오피스텔은 여전히 10억원 이상 가능해서 그런 것 같아요. 여전히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도 가능하고요. 확실한 풍선효과죠.”(A분양대행사 대표)

최근 서울 강남에서 만난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면서 “강남권 오피스텔은 LTV(담보대출 비율) 최대 70%를 적용하고 갭투자도 가능하다”며 “아파트가 대출 규제, 실거주 거주 요건 등 규제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오피스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서울 집값 상승 열기를 잠재우고자 발표한 10·15 대책으로 억눌린 주택 매수 심리가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높은 오피스텔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특히 집값이 비싼 강남권 중심으로 이런 분위기가 짙게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유사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어 ‘아파트 대체재’로 불리지만, 준주택으로 분류돼 이번 대책 영향권에 들지 않는다. 오피스텔은 준주택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서 투기과열지구에서도 LTV 70%를 적용받는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들어선 '디아포제 청담 522'. /피에프브이청담522


◇강남 하이엔드 오피스텔, 매수 문의 잇따라

최근 현장에서는 10·15대책이 침체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을 되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권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2021~2022년 부동산 투자 열기를 타고 등장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분양 당시에 비해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상승한 여파로 합리적인 가격이 됐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주택과 달리 10 억원 이상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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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엔드 오피스텔 ‘디아포제’는 경기 침체 등으로 일부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으나 10·15대책 이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디아포제522’는 전용면적 53~82㎡ 총 85가구로 이뤄진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분양가가 20억~24억원 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나왔지만, 정작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고강도 주택 규제로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게 됐다”며 “강남에서는 압구정동 일대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된 만큼 아파트 전세·매매가가 더욱 오르면 오피스텔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와 '타워팰리스2차' 오피스텔은 며칠새 매매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랐다. /네이버페이 부동산


◇목동 오피스텔 신고가…도곡동 일대는 호가 수억원 올라

정부가 역대급으로 광범위한 규제 지역 지정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서울 중심권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오피스텔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 여부보다 규제 지역 안에서 ‘똘똘한 한 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천구 목동 중대형 오피스텔은 신고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목동 ‘파라곤’ 전용 131㎡는 대출 규제 발표일인 지난 15일 23억5000만원(15층)에 팔리면서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2차’ 전용 88㎡도 이달 1일 이전 최고가보다 4000만원 높은 18억8000만원(34층)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인근 오피스텔은 며칠 새 매매 호가가 수억원 올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64㎡ 매물의 경우 호가가 17억원에서 18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상승했다. ‘타워팰리스2차’ 전용 79㎡도 호가가 1억원 이상 뛰었다.

◇‘내 집 마련’ 대체 상품 부상하는 오피스텔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거래 건수는 9058건으로 전년 동기(7899건) 대비 1159건(14.7%) 증가했다. 아직 9월 거래 신고 기간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명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이라고 불리며 주거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중대형(전용 60~85㎡) 오피스텔 거래량은 같은 기간 14.3% 증가했다. 특히 올 8월 거래량은 2019년 8월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약 3억350만원으로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 중대형에서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동남권에서는 중대형 매매가가 9월 기준 전월 대비 0.68%, 연초 대비 1.2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고강도 주택 규제를 가할 수록 오피스텔이 풍선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축 공급 감소, 전세의 월세화 심화 현상으로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면 대체재인 오피스텔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형 면적 오피스텔이 월세 투자처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신혼부부나 1인 가구가 중대형 오피스텔을 찾는 사례가 많다”며 “신축 오피스텔의 경우 대단지 아파트에서 누리는 커뮤니티 등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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