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규제하면 풍선효과”…김용범 실장 직접 해명
문재인 정부 김수현보다 강력한 드라이브?
[땅집고]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오른 10·15 부동산 대책은 대통령실 정책라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번 대책의 핵심 설계자이자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이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 대통령실이 10·15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부동산 정책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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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 규제하면 풍선효과” 김용범의 해명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9일 페이스북에 ‘10.15 부동산대책 소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실수요자께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저 역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일하는 동안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부득불 이번에 그 약속을 깨고 말았다면서 직접 10·15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 반발과 실수요자 혼란이 커지자 직접 나선 것이다.
그는 “넓은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것은 송구하다”면서도 “서울 일부만 규제하면 풍선효과로 시장이 번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선제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급만으로 시장을 다스리기 어려울 만큼 유동성과 심리의 힘이 강하다”고 강조하며 “실수요자의 불편을 이해하지만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정책이 발표된 뒤 여당 지도부조차 부동산 민심 악화를 우려하며 거리를 모양새를 두는 가운데 김 정책실장이 정책의 정당성을 해명한 것이다.
◇ 문재인 정부 김수현보다 더 강력한 대책 나오나
김용범 정책실장은 기재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광주 대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에서 경제 정책 총괄 역할을 맡아왔다. 2018년 초 암호화폐 대책, 9·13 부동산 종합대책 수립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 퇴임 이후에는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맡아서 가상자산·디지털금융 분야에서 민간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 정책 경험이 없는 국토부 장관을 대신해서 김 정책실장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 출신 전직 관료는 “현 정부들어 국토부가 허수아비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그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김수현 전 정책실장보다 더 강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건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김수현 실장은 청와대에서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과 정책 실패 책임론에 휩싸였다. 김 전 실장은 주택 통계 조작 등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정책실장 중심의 ‘청와대·대통령실 주도형 부동산 정책 시스템’이 재현됐다는 점에서 유사한 길을 걷는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에서는 “정책실장이 키를 잡고 주도하는 방식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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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달라진 대통령실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에서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선 모습은 4개월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조를 보여준다. 6월 27일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대책은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현재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표 당일 이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고, 대통령실은 곧 “부처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며 입장을 정정했다.
이 해프닝은 당시 대통령실이 부동산 문제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초기 기조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의 중심에 서면서 참모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 논란이 되고, 국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에 부동산 대책은 관계 부처가 주도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확대한 초강수 대책으로 평가된다. 실수요자들은 “집 한 채 사는데 허가받고 신고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지역 민심도 급격히 흔들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여당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이 또 잘못되면 문재인 정부처럼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