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체 규제·토허제’ 이재명 정부 세 번째 부동산 대책 후폭풍
실수요자 청년층에 치명타 “부동산 지각비 이젠 수억원”
[땅집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연달아 나오면서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내 집 마련’을 미뤘다. 시장에 늦게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물어야 할 ‘지각비’가 너무 커졌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25개구와 경기 12개 지역(과천, 광명, 수원 영통·장안·팔달, 성남 분당·수정·중원,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하남시, 의왕시)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가 기존 70%에서 40%로 축소됐다. 또 서울 전역뿐 아니라 경기도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원천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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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해당 지역에 실거주를 위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를 옥죄는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담대 한도를 6억원을 제한한 지난 6·27 대책을 전과 비교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지각비’가 너무 커졌다는 한탄도 나온다.
◇ ‘하급지’까지 규제 지역, 대출 한도 급감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 중저가 아파트 매수를 계획하던 청년층, 신혼부부 수요자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층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인 서울 노원·도봉·강북(노도강), 금천·관악·구로(금관구), 경기 안양 동안, 하남, 의왕 등에서 주택 구매가 어려워졌다.
10억원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기존에는 현금 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최대 6억원을 대출 받아 주택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LTV 40%를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이 4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8억짜리 아파트의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3억2000만원으로 필요 현금은 기존 2억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주담대는 LTV 70%를 유지했다.
안양 동안구 평촌신도시 4호선 범계역 역세권 단지인 ‘은하수벽산’은 최근 7억~8억원 사이 매물이 빠르게 계약이 완료됐다. 단지 내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늘(15일) 대책 발표를 앞두고 어제와 그제 남아있던 실입주 매물이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 단지는 추석 전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전용 84㎡ 매물이 매도됐다. 조선일보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해당 주택형은 10월 2일 10억2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6·27 대책 직전인 6월 19일 8억9000만원 대비 1억3000만원 폭등했다.
평촌에 신혼집 마련을 준비하던 30대 B씨는 “주거 환경이 뛰어난 평촌의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게 움직여서 큰 지각비를 물게 됐다”며 “이제는 규제지역으로 묶였는데, 생애 최초 대출이 70%가 나온다고 해도 매물이 없어서 이제는 지각비를 내고 싶어도 못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6·27 이후 시세 폭등…“이제 지각비가 수억원”
반면 6·27 대책 이전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이들은 지각비가 아니라 엄청난 시세 상승을 누리게 됐다. 특히 서울 내 선호지역인 마포구, 성동구 등은 9·7 대책이 시장의 기대보다 못하자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한 30대 신혼부부는 올해 3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염리삼성래미안’ 24평형(전용 59㎡) 아파트를 11억원에 매입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6월 입주했다. 이 단지의 24평형 최근 실거래가격은 14억5000만원(10월 4일)이다. 앞서 9월에 거래된 2건은 모두 15억원에 거래됐다. 약 6개월만에 3억5000만~4억원 오른 셈이다.
이처럼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지각비가 수억원에 달한다. 최근 마포구 공덕동 일대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던 30대 예비신부 C씨는 내 집 마련을 미뤘다. 그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폭이 수천만원대였는데 이제는 1억~2억원 정도는 우습게 상승했다”며 “대출 여력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서 집을 사는 걸 몇 년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정부에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우려해서 규제 지역을 더 넓게 확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금 부자들에게는 큰 타격은 없고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들의 손발까지 묶어버린 것”이라며 “결국 이번 대책으로 인한 피해는 청년층, 서민층에게 집중될텐데 정부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