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자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률이 낮은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기 의왕·수원 등은 최근 1년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도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됐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과천이 5억 오를 때 우리는 1000만원도 안 올랐다”며 “안그래도 거래가 안 되는데 왜 묶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15 일 서울 25개구와 경기 과천시, 광명시,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12개 지역을 추가 지정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강남과 한강벨트 중심의 과열이 경기권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고 했다.
◇과천 5억 상승, 의왕은 1000만원도 안 올라
현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기 의왕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는 이달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13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1억도 채 오르지 않았다. 반면 경기 과천시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는 같은 기간 16억9000만원에서 22억5000만원으로 5억 이상 급등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수원도 비슷하다. 수원 팔달구 ‘주공1단지’ 전용 38㎡는 8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 4억3000만원 대비 오히려 떨어졌다. 장안구 ‘SK스카이뷰’ 전용 84㎡ 역시 최근 실거래가가 8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8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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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적용 기준 의문…문재인 정부 전철 밟나
한국부동산원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6·27 대책 이후 현재까지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을 보면, 분당은 4.99%, 과천은 3.81%, 광명은 2.26% 오른 반면 하남은 1.68%, 수원 팔달·장안은 각각 0.73%와0.39%, 의왕은 0.56% 상승에 그쳤다. 2024년 평균가격 대비 누적 상승률도 과천(27.4%), 성남(13.7%)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하남(9.1%), 의왕(3.0%)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처럼 지역 간 상승폭이 극명하게 갈렸는데도 일괄적으로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정부가 주장한 ‘과열지역 일괄 규제’ 명분에 의문이 제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분당·과천은 이해하지만, 수원·의왕은 납득이 안 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주민은 “규제 지정으로 거래가 막히면 오히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지역 상황을 세밀히 반영하지 않은 규제가 반복된다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정책 신뢰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