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하루 만에 찬물
“주택 공급 어렵다” 실토
[땅집고]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시장의 핵심 요구인 ‘공급 확충’에 선을 긋는 발언이어서다. 일각에서는 ‘김현미 시즌2’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차관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장에서는 공급 대책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서울시에 필요한 땅이 많지 않고, 공급대책 효과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9·7 이후에 후속 조치를 하고 있지만 바로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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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언은 2020년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새워서라도 만들겠지만….”이라며 공급 대책의 어려움을 호소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빵투아네트 논란을 불러왔다. 그런데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 초기에 주택 공급난을 ‘양심 고백’하는 발언이 나와 여론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주택 공급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국토부 차관이 공급부족을 실토하면 시장에서는 심리적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을 포함한 규제지역의 전세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에 대해 이 차관은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월세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며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비(非)아파트 물량을 매입확약해 신축을 유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현재 14만호 규모의 비아파트 매입확약 물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차관은 “꽤 많은 물량이 나올 것 같고 공기(工期)도 짧다”며 “아파트는 아니지만 아파트에 준하는 물량을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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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아파트 수요를 외면한 채 ‘비아파트’로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0·15 대책으로 대출·세제 규제가 동시에 강화된 상황에서 공급 여력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낸 것은 정책 신뢰를 스스로 깎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다시 자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0·15 대책 발표 직후 ‘그래도 공급 확대는 있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하루 만에 그 불씨를 꺼버린 셈”이라며 “시장에는 ‘정부가 공급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