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림의 양재동 개발 도박, 7조 베팅 명운은 '선분양'에 달렸다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10.16 13:44

내년 상반기 착공 앞둬
아파트 998가구, 오피스텔 972실
선분양 성패가 사업 추진 열쇠

[땅집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0년 넘게 공들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첨단물류단지 프로젝트가 내년 상반기 착공을 눈앞에 두면서 약 7조원대 사업비 조달 가능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하림산업 자기자본은 약 3200억원으로 예상 사업비의 5%에 불과한 탓이다.

[땅집고] 내년 착공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조감도. /서울시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개발 경험도 없는 하림의 이번 사업을 사실상 도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약 4조원대로 추산하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선(先) 분양에 성공한다면 사업이 순항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지난 8월 서울시로부터 양재동 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대해 당초 용적률 400%에서 800%로 상향하는 변경 계획을 승인받은데 이어, 지난 2일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건축심의를 서초구청에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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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사업 부지는 서초구 양재동 225일대 8만3183㎡(약 2만5000평)에 달한다. 하림 측은 2016년 4525억원에 이 땅을 매입했고 이르면 2030년 완공 목표로 지하 9층~지상 58층, 연면적 147만여㎡ 규모 복합물류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하에는 첨단물류시설을, 지상에는 아파트 998가구와 오피스텔 972실을 포함해 호텔, 백화점 등을 배치한다. 개발이 끝나면 강남권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문제는 개발 자금이다. 하림산업 총 자산은 작년 말 기준 1조원을 조금 웃돈다. 그런데 투자부동산(4955억원)과 유형자산(4871억원)이 대부분이다. 현금성 자산은 59억원에 불과해 유동성이 낮다. 부채비율은 227%로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식품 계열사라기보다 사실상 부동산 투자회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림 측은 전체 사업비 7조원 중 2조300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분양 수입과 외부 차입으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선분양으로 4조원을 조달하고, 부족한 7000억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그룹 내부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것.

그러나 하림산업 자기자본은 3200억원에 불과하다. 혼자서는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하림지주 증자나 계열사 지원이 불가피하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아직까지 양재동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자금조달 계획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선분양 성패가 사업 추진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에서 아파트는 기본 수요가 있다”면서 “오피스텔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공공기여 부담도 크다. 하림 측은 약 40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지하철 신분당선 ‘만남의 광장역’(가칭) 신설 비용도 분담한다. 철도업계에선 역사 신설에만 2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인허가 완화로 사업 추진 여건은 좋아졌지만, 금융비용과 공공기여 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하림이 선분양에 성공해 자금조달 안정성을 갖추면 사업이 순항할 것”이라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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