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채 규모 26조원 달할 듯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0년 이후 임대주택 사업에서 해마다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20조원을 넘긴 SH 부채는 2년 후인 2027년엔 30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적자 보전 대책은 딱히 없어 SH 부채 폭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SH 임대주택 사업은 만성 적자가 불가피하다. 서민 주거 안정이 목적이어서 임대료는 시세 대비 30~80%에 불과한데 건설원가와 수선유지비는 계속 상승해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임대주택 사업 매출은 2148억원. 하지만 원가는 6838억원으로 4690억원 적자였다. 2020년 4316억원으로 처음 4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이래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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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적자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올해 2만4000가구까지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관련 예산을 1조2400억여원에서 1조8500억여원으로 6100억여원 늘렸다.
문제는 적자를 메울 수단이 없다는 것. 그동안 SH는 주로 택지 조성과 분양 주택 판매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메우는 이른바 ‘교차 보전’ 방식을 활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례·마곡 등 대규모 택지조성 사업이 끝나면서 앞으로 수익을 낼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다보니 빚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0조원을 돌파한 SH 부채는 올해 23조원, 내년 26조원을 넘어 2027년엔 29조여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 역시 2024년 말 202%에서 2027년 26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SH 부채는 예상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용산국제업무지구·구룡마을·그레이트 한강 등 SH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이 사업들의 성패에 SH 운명이 달렸다는 분석이다. SH에 따르면 단기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257%였는데 2027년 177%, 2028년 122%로 하락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7년 이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구룡마을 프로젝트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것과 맞물려 사업 실패 시 재무상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