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권 핀셋 규제" VS "서울 전면 규제" 오세훈-이재명 '토허제' 동상이몽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0.16 06:00

[땅집고]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지 5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규제책인 10·15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울 25개구 전역을 한꺼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이다.

이처럼 서울 전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규제하는 경우 주택 거래 자체가 힘들어져 시장이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책 발표 2일 전인 지난 13일 서울시가 정부에 부작용을 경고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10·15 대책 발표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거센 분위기다.

☞관련기사: 국토부, '토허제 안된다’는 서울시 의견 무시…10.15대책 두고 이재명-오세훈 정면 충돌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투기 성격을 가진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택의 경우 실거주 목적인 매수자들에게만 거래를 허락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전월세로 임대할 수 없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소위 ‘갭투자’도 불가능해 충분한 현금을 보유했거나 대출 여력이 상당한 사람이 아니면 앞으로 사실상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021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활용하며 서울 집값 급등 분위기를 주시해왔다. 하지만 오 시장이 집값이 크게 오른 강남3구·용산구 등 특정 지역만을 지정했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서울 전체를 묶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서울이라지만 강남권이나 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지역이라면 몰라도 노원·도봉·강북구나 금천·관악·구로구 등 집값이 위험 수준으로 오른 조짐이 없었던 외곽까지 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이유는 현행법상 아직 대통령 권한으로는 일부 자치구만을 ‘핀셋’처럼 꼽아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2015년까지만 해도 국토교통부 장관에 있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지정권자가 지자체장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서울시의 경우 오 시장에게 권한이 있는 셈이다.

만약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싶다면 25개구 전체와 인접 지역을 한꺼번에 묶는 수 밖에 없다.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 10조에 따르면, ‘허가구역이 둘 이상의 시·도 관할 구역에 걸쳐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서다.

이 점을 겨냥해 더불어민주당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을 지역자치단체장 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법 개정에 2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예고한 10·15 대책에선 서울 특정 자치구를 토지거래허가제로 묶기 불가능했다. 이에 법을 활용해 서울전역과 함께 인근 과천·광명·의왕·하남 등 인근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으면서 지정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예고된 기준 금리 인하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기 전 서둘러 서울지역 규제에 나서기 위한 카드로 토지거래허가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거래량이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겠지만, 정부가 목표하는 대로 장기적인 규제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서울전역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더라도 결국에는 영끌, 대출 등 수단으로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며 “결국 이재명 정부 집권 5년 동안 현금 부자들만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결국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 정책과 함께 실효성 있는 공급 확대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9.7 대책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하긴 했지만 현재 서울시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 전면 지정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시장에 분명한 공급 신호를 보내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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