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와 '스타게이트' 협약
전남·포항, 대규모 데이터센터로 지역 활성화 기대
[땅집고] SK그룹과 삼성그룹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고 국내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두 기업은 각각 전남과 포항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2029년 기준 월 최대90만장의 HBM(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을 오픈AI에 공급한다.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핵심 협력사로 참여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만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상호협력 의향서에 서명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오라클과 함께 5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SK와 삼성은 이 프로젝트에 HBM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HBM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오픈AI 같은 대규모 AI 모델에 필수다. 오픈AI가 두 기업에 요구한 HBM물량은 2029년 기준 월 90만장이다. 현재 삼성과 SK의 HBM 월 생산량은 약 35만장으로 오픈AI 측 요구는 현 생산량의 2배가 넘는다. 업계는 구형 D램 공정을 HBM 제작 공정으로 최대한 전환해도 모자라 대규모 신규 공장 건설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금 SK와 삼성이 운영하는 공장을 두 배 정도 새로 지어야 맞출 수 있는 수량"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낸다. 삼성은 평택 4공장에서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월 10만장 증산이 가능하며, 5공장 건설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SK는 용인 클러스터에 공장 4개를 새로 짓는다. 2027년 7월 준공 예정인 1공장뿐 아니라 추가 공장 건설도 탄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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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건립, 인프라 구축이 관건
오픈AI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삼성과 SK는 각각 포항과 전남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벨트는 경기남부 중심이었다. 삼성 평택·수원 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 등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전남과 포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차세대 산업지형 변화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전남과 포항에는 분명 호재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건설·전력설비·네트워크·보안 등 직접 투자가 뒤따른다. 클라우드·데이터 분석·AI 응용 기업도 주변으로 모여든다. 이와 함께 고급 기술인력이 유입되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반도체 지형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변화는 생기겠지만 교통 인프라, 산업용지, 관련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당장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경기남부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반도체 벨트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바다 인접·전력 확보·주민 민원, 입지선정 3박자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입지선정의 관건은 냉각이다. 서버가 24시간 가동되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데이터센터는 바다 인근에 짓는것이 유리하다. 해저 케이블로 데이터를 해외로 송수신하기도 편하고, 인근 발전소나 해상풍력 장치에서 전력을 끌어쓸 수 있다.
이번 삼성의 포항 데이터센터는 '플로팅 데이터센터'로 바다 위에 지어진다. 해저 전력망과 해수 냉각을 활용해 전력 부족과 발열 문제를 해결한다. 냉각 비용도 육지보다 40% 절감할 수 있어, HBM을 포함한 첨단 반도체를 육지보다 더 많이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SK가 전남에 짓는 데이터센터는 해남 솔라시도의 'RE100 산업단지'가 유력 부지로 떠오른다. 약 2090만㎡의 넓은 부지에 해상풍력 단지와 가깝고, 바다와 인접해 용수 확보도 쉽다. 앞서 SK가 울산에 짓는 데이터센터 부지도 바다가 가깝고 SK케미칼 LNG발전소가 옆에 있어 전력 확보가 수월하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주민 민원이 걸림돌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사용해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이 많아서다. 송승현 대표는 "주거지를 피하고 유동인구가 적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며 "전력 안정성과 냉각뿐 아니라 주민 민원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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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포트폴리오 확장 기대
한편 건설업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주택 경기 침체로 우울했던 건설업계에 데이터센터 건설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단순 건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완공 후 직접 운영하거나 자산으로 보유하며 장기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주변에 산업단지, 산업센터, 복합개발 등 사이드 프로젝트도 생긴다.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 기회가 풍부해지는 셈이다. 송승현 대표는 "건설업계가 공사비 등 각종 문제로 침체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건설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시설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