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남산 옆 '신당9구역' 20년 멈춘 재개발 사업지, 롯데·SK·호반 눈독

뉴스 유지인 인턴 기자
입력 2025.10.13 10:37 수정 2025.10.13 10:58

‘고도제한’ 풀리자 신당9구역 재개발 급물살
15층 아파트로 탈바꿈, 일반분양 200가구

[땅집고] 지난 9일 찾은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좁은 골목을 따라 오르막이 이어지고, 단차가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니 금방 숨이 찼다. 한 택배기사는 1.5L짜리 생수 여섯 병을 짊어지고 낑낑대며 언덕을 올랐다. 인근에 사는 70대 주민은 “20년째 이 동네에 살지만, 아직도 계단이 힘들다”며 “여기서 구르면 대형사고 난다”고 말했다.

신당9구역은 1960년대에 지어진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서울시가 꼽는 대표적인 재개발 필요 지역 중 하나지만, 2005년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20년 가까이 사업이 멈춰 있었다. 이유는 ‘남산 고도제한’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조합이 사업성을 대폭 높인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하면서, 멈춰 있던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7월 방문한 신당9구역은 서울시 규제 철폐안 ‘높이 규제지역 공공 기여 완화’ 첫 적용지다.

[땅집고] 서울 중구 신당9구역 내 골목길. 길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 통행이 매우 불편하다./유지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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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7층, 315가구에서 15층, 517가구로 변경

1972년부터 남산 일대는 경관 보호를 위해 건축물 높이가 제한된 남산 고도지구로 묶였다. 이 때문에 시공사들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신당9구역을 외면했다. 결국 시공사 선정이 네 차례나 유찰됐다. 한강 조망 못지않은 ‘남산 뷰’ 입지임에도 정작 재개발 단계에서는 남산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합이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개정과 고도제한 완화를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하면서다. 조합 관계자는 “남산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층수 제한 완화가 가능해졌다”며 “사업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엔 제2종 일반주거지역과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혼재했지만, 이를 모두 제3종으로 상향해 용적률이 161%에서 259%로 증가했다. 당초 최고 7층, 315가구 규모였던 단지는 이제 최고 15층, 517가구로 바뀐다. 200가구 이상 늘어나면서 조합원(약 250명)에게 돌아갈 이익도 커졌다. 이 가운데 임대 74가구, 일반분양 193가구가 예정돼 있다. 주택 타입도 다양하다. 전용 39㎡, 49㎡, 59㎡, 84㎡, 114㎡ 등 다양한 평형이 들어선다. 윤태권 조합장은 “남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용 130㎡ 규모 펜트하우스도 계획 중이다”고 했다. 조합은 내년 하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땅집고]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김길성(오른쪽) 중구청장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 대상지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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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도 관심

그동안 사업성이 낮아 외면받았던 신당9구역에 최근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호반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조합장은 “공사 경계가 복잡해 시공사들이 부담을 느꼈지만, 구역 경계를 정형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여러 건설사가 구체적인 검토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신당 9구역 위치도./중구청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매물시장도 들썩인다. 인근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70평짜리 노후 주택이 11억원대에 나와 있는데, 하루 10통 이상 문의 전화가 온다”며 “10억원 이하 매물이 나오면 바로 팔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무허가 주택은 4억원대면 살 수 있지만 리스크가 크다”며 “정상 매물 중에선 오래된 공실 매물이 8억원대에 나와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구 일대 새 아파트 공급이 워낙 희소해 분양하면 수요자들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당9구역은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과 인접해 있고, 맞은편에는 대단지 아파트인 남산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한남대교·동호대교와 가까워 강남권 접근성이 좋으며, 뒤로는 남산이 펼쳐져 있어 ‘숲세권’ 입지도 갖췄다. 다만 초등학교 접근성은 약점이다. 신당9구역에서 장충초·청구초 두 학교까지 거리는 약 1.2㎞로 도보 18분가량 걸린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선 통학 여건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you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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