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년 뒤 부모님 돌볼 곳 없다" 케어 없는 시니어주거, 줄퇴소 위기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10.13 06:00

[시니어 하우징 멘토를 만나다] 채성욱 굳세라 대표 “10년 뒤 ‘돌봄 폭풍’ 온다…케어 서비스 없는 시니어 하우징 경쟁력 떨어질 것”

[땅집고] “현재 1955~1963년생 베이비부머를 보면 건강한 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10년이 지나면 어떨까.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이런 한국을 두고 10년 후 ‘돌봄 폭풍’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정작 우리만 모르고 있다.”

시니어케어 서비스 전문가인 채성욱 굳세라 대표는 “머지 않아 건강이 안 좋아지는 베이비부머 고령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시니어 주거와 케어시설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단순 돌봄을 넘어 새 삶을 열어주는 게 데이케어센터의 진정한 가치”라고 했다. 굳세라는 시니어 케어 관련 모든 서비스를 컨설팅하는 회사다.

[땅집고] 채성욱 굳세라 대표는 "재활·돌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면 사업자든 입주자든, 모두가 ‘윈윈’하는 시니어 케어 시설을 개발·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박기홍 기자


시니어 하우징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만 덩그러니 있는 시설은 결국 10년 안에 줄퇴소 사태를 맞게 맞을 가능성이 크다. ‘앙꼬 빠진 찐빵’처럼 케어가 빠진 시니어 주거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대로 재활·돌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면 사업자든. 입주자든 모두가 ‘윈윈’하는 시니어 케어 시설을 개발·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는 채 대표를 만나 시니어 케어 시장 현실과 사업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채 대표는 땅집고가 오는 10월 29일 개강하는 ‘시니어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6기)’에서 ‘시니어케어 서비스 시장의 이해와 사업 전략’에 대해 강의한다.


─시니어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2017~2018년 전 직장 신사업팀에 있을 때 일본 시니어 시설을 견학했다. 시골 한복판에 재활형 데이케어센터, 숏스테이, 요양원, 방문 서비스까지 갖춘 복합 케어타운을 찾았다. 간호사, 물리·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가 상주하며 웬만한 병원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어르신 케어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일본 어르신들 표정이 너무 좋았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시니어 시설을 돌아보니 어르신들이 색칠 공부랑 종이접기만 하고 있었다. 일본 어르신들이 잔존 기능을 살려 활기차게 생활하는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부모님 세대가 저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이 계기가 됐다.”

─일본과 한국 차이를 어떻게 보나.

“일본은 노인 600명당 데이케어센터 1곳이 있지만, 한국은 2000명당 한 곳 꼴이다. 아직 5000여 개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은 한 건물 안에서 건강한 노인부터 케어가 필요한 노인까지 단계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층별로 설계한다. 10년이 지나면 건강한 입주자도 결국 케어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단계별 케어 공간을 염두에 두고, 공용부 공간을 넓게 설계하는 게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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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라는 어떤 기업인가.

“시니어 케어 관련 서비스를 컨설팅하는 전문회사다. 데이케어센터는 장기요양서비스의 기본 플랫폼이다. 주택과 주거 운영에 필요한 케어 시스템을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 시설 비즈니스가 아니라 재가(在家)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케어시설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처음부터 구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공간은 단순히 헬스기구 몇 개 두는 게 아니라, 향후 데이케어 전환이 가능한 포석을 깔아야 한다. 일본 오사카 한 노인홈은 처음엔 1개층만 케어시설로 썼는데, 10년 지나자 세개 층이나 사용하게 했다. 입소자들이 처음 입소했을 때보다 건강 상태가 훨씬 나빠져서다. 케어 없이 주거만 팔면 결국 입주자는 퇴소한다. 사업자도 손해다. 장기요양보험 지원이 있기 때문에 케어는 ‘돈이 안 되는 사업’이 아니다. 입주자와 사업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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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주거개발 사업자가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주간보호센터를 넣을지, 방문 서비스를 연계할지, 협력 모델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커뮤니티 시설을 단순 ‘휴게 공간’으로만 만들면 안 된다. 결국 입주민이 나이들어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실제 수도권 한 시니어타운은 퇴소자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데이케어센터를 신설했다. 국내 최고급 시니어타운에서도 입주자가 고령화하면서 재활·간호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시니어 주거 선택에서 보호자인 자녀들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자녀 세대가 부모를 대신해 시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24시간 케어 가능하다, 밥 잘 나온다, 친구가 있다’ 이 세 가지만 충족하면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 그래서 케어가 곧 셀링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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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면.

“고관절 수술로 걷기조차 못하던 80대 할머니가 계셨다. 인생 목표가 손녀 손을 잡고 동네 교회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매일 걷기 재활과 물리 치료, 보행기 훈련을 반복해 마침내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케어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인생 반경이 넓어져 할머니처럼 ‘교회까지 걸어가는 인생 목표’도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니어 주거 시장은 선택지가 너무 적다. 고급형만 있고, 대중형이나 중형 모델이 없다. 일본처럼 다양한 사이즈와 가격대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모델이 나와야 한다. 정부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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