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간판만 국제도시, 송도·청라 '종합병원' 좌초…47만 의료난민 신세

뉴스 박기홍 기자, 조영윤 인턴 기자
입력 2025.10.12 06:00

[땅집고]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조성한 인천 송도와 청라가 의료 인프라 문제로 휘청이고 있다. 지역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핵심 시설로 꼽힌 ‘빅3 병원’ 유체 계획이 줄줄이 꼬이면서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당초 2010년 개원을 목표로 했으나 무려 15년째 개원 시점을 미루고 있고, 청라국제도시 의료복합타운의 서울아산청라병원도 최근 공사비 5000억원 증액 문제로 착공이 3개월째 지연됐다. 2029년 개원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도시' 타이틀이 무색하게 인천 서부권 46만 주민들은 의료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하는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할 판이다.

관련기사 : "청라, 종합병원 물거품 위기" 공사비 5000억 늘어난 아산병원 유치 난항

[땅집고] 인천 송도 주민들이 연세대 송도캠퍼스 인근에 연세의료원 측의 송도세브란스 병원 준공 연기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올댓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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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세브란스병원 개원 15년 연기했는데…재정 지원 요구까지

송도세브란스병원은 2006년 인천시와 연세대가 송도 국제캠퍼스 조성을 협약하며 추진한 사업이다. 인천시는 약 182만㎡ 부지를 조성원가에 제공했고, 연세대는 2010년까지 대학과 병원을 짓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국제캠퍼스는 예정대로 개교했지만, 병원은 15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병원은 지하 3층~지상 15층, 총 800병상 규모로 계획했다. 초기 사업비는 8800억원이었다. 이 중 1000억원 정도를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의 부지에서 나온 분양 수익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나머지 7800억원은 연세대가 자체 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사업비는 수년간 사업 지연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97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의정 갈등으로 연세의료원에 적자가 발생해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땅집고] 인천 대표 숙원사업인 송도세브란스 사업이 2023년 기공식을 열었다. 박남춘 전 인천광역시장, 서승환 전 연세대 총장, 송영길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2026년 개원이 목표였지만, 아직까지 건물을 짓지 못하고 있다./인천시



송도세브란스는 2022년 말 착공에 들어가 2년 6개월 만에 토목 공사를 끝냈지만, 최근 병원 측은 개원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심지어 연세의료원은 인천경제청에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이익금 5000억원 중 병원 건립 지원금을 기존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에 송도 일대 주민들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박모씨는 “병원 유치를 명분으로 시민들을 호구로 보는 격”이라며 “인천경제청이 연세대에 제공한 혜택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빨라야 2028년 이후에나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지면서 사실상 내년 말 개원은 어려워졌지만, 800병상 규모의 대형종합병원 건립계획은 변함없다”고 했다.

◇청라아산병원도 공사비 증액에 ‘빨간불’

청라국제도시 MF1블록(약 9만7500㎡)에 들어설 예정인 서울아산청라병원 역시 사업이 표류 중이다. 지상 19층, 800병상 규모로 올 6월 착공해 2029년 말 개원이 목표였다.

그런데 최근 병원과 시행사 간 공사비 분담 갈등으로 착공이 무산됐다. 애초 사업비는 6000억원이었지만 자재비·인건비 급등으로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연세의료원과 마찬가지로 의정갈등 장기화로 서울아산병원 경영이 악화하면서 병원 측은 당초 시행사와 5대5로 분담하기로 했던 건립비 비율을 6대4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청라메디폴리스PFV와 서울아산병원에 9월까지 사업비 분담 논의를 끝낼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청라메디폴리스PFV 참여 주주들 간에 공사비 협의가 이뤄진 뒤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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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국제도시, 의료 인프라 공백 심화 우려

2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인구수는 47만명을 돌파했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벌 당시 2만5000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대규모 도시개발로 20배 가까이 늘었지만, 대형 종합병원 건립은 지지부진하다.

인천시와 경제청은 주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의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으나, 송도와 청라, 영종도에서 모두 난항을 겪으며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 병원 개원 지연으로 주민들은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 발생 시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던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제대로 된 의료 시설 하나 없어 인구 47만명이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병원 모두 재정·운영 방안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hongg@chosun.com, 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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