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20억 무민공원 소개 대가로 1억6700만원 받아
의왕시는 청탁 의혹 부인
[땅집고]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일대에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 과정에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특검을 통해 드러났다. 특검은 의왕시장이 전씨로부터 신생 콘텐츠 기업인 콘랩컴퍼니를 소개받아 백운밸리 북쪽에 있는 백운호수 일대에 ‘무민공원’을 조성하도록 하고, 전씨는 이 사업을 알선한 대가로 1억6700만원 현금을 챙긴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의왕시, 건진법사 소개로 ‘무민공원’ 지었나
지난 9월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전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및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구속 기소의 이유는 전씨가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사업 추진 관련 청탁·알선 명목으로 콘랩컴퍼니로부터 1억6700여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이다. 이 사업이 바로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변에 외국 유명 캐릭터인 무민을 활용해 ‘무민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콘랩컴퍼니는 2020년 카카오프렌즈 임원 출신인 전병철 대표가 설립한 커머스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카카오프렌즈, 무민 등 유명 캐릭터 지식재산권(IP)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콘텐츠 및 이벤트 공간 등을 기획·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4월 자금난에 빠지면서 회생신청한 데 이어 같은해 6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아 현재는 사라진 기업이다.
특검은 전씨가 무민 지적재산권을 가진 콘랩컴퍼니 대표에게 "의왕시에 백운호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검토해 보라"고 권유하며 김성제 의왕 시장을 소개해 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전씨가 받은 현금은 1억6700만원 상당으로 밝혀졌다.
전씨를 통해 연결된 김 시장과 콘랩컴퍼니 측은 백운호수 일대 약 1만2000㎡ 공간에 무민 캐릭터를 적용한 산책로, 놀이터 등을 갖춘 ‘무민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공원 공사는 개성토건이 맡았다. 개성토건은 의왕시가 백운호수 남쪽에 조성한 도시개발사업지구인 백운밸리 시행을 맡은 의왕백운PFV의 지분 22%를 보유하며 백운밸리 내 공사를 여럿 수주해온 건설업체다. 개성토건이 20억원을 들여 무민공원을 조성한 뒤 의왕시에 기부채납하며, 2023년 9월부터 2026년 9월까지 3년치 무민 캐릭터 라이센스 비용을 선납하는 구조다. 라이센스 비용은 1년에 3만달러(약 4200만원)며 계약 만료 이후에는 의왕시가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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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공원 청탁 의혹 밝혀야”…시민단체·시의회 나섰다
그동안 백운밸리 입주민들 사이에선 무민공원에 대한 여러 의혹이 불거져왔다. 호수와 맞붙어있는 공원인 만큼 2023년 11월 개장 이후 이 곳을 방문한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주민들은 백운호수와 무민 캐릭터의 관련성이 너무 없다는 비판을 했다. 무민공원에 조성하는 비용을 교통, 학교 등 생활 인프라에 쓰는 것이 더 실효성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특검 조사로 백운호수와 무민공원 간 연결고리가 드러난 셈이다.
의왕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하는 의왕시정감시연대는 김 시장과 전씨 간 특혜 의혹을 규탄하며 김 시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9월 30일 무민공원 입구에 모인 의왕시정감시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김성제 의왕시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의 청탁 의혹은 의왕시 행정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시민들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김성제 시장은 특혜 개발 등 의혹에도 시민 앞에 진솔한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와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더는 시민을 우롱하고 의왕시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
의왕시의회 의원들도 무민공원 관련 청탁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9월 27일 열린 제31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정된 '건진법사 불법 청탁성 금품수수 의혹 관련 의왕 무민공원 조성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이 찬성 4표, 반대 3표로 가결됐다. 더불어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 구성 결의안'과 '특위 위원 선임의 건' 등 안건 2건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위는 국민의힘(2명)과 민주당(2명), 무소속(2명) 등으로 구성한다.
앞으로 시의회는 특위를 통해 김건희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전씨의 무민공원 조성 청탁 의혹을 파헤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고발 등 법적 조치도 진행할 방침이다. 특위 조사 대상에는 무민공원 조성 사업에 참여한 의왕시 도시개발과, 공원녹지과, 의왕도시공사 등을 포함한다.
한편 의왕시는 이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에 대해서도 김 시장과 의왕시는 “사업을 검토한 건 맞지만, 건진법사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