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때는 진보 정권이 ‘돈을 많이 풀어서’로 집값이 많이 오른다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계부문 통화량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만 높았고, 입주 물량은 문재인 정부가 많았어요. 엄청난 집값 차이는 결국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서울 서초구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15년 8억52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28억6700만원으로 237% 뛰는 사이, 도봉구 같은 면적 평균 매매 가격은 3억700만원에서 6억3700만원으로 97% 올랐다. 두 지역의 매매 차익은 각각 20억원, 3억3000만원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극심하다. 지난 10년 같은 출발선에 섰던 아파트라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지역 아파트를 샀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중장년층을 너머, 사회초년생의 단골 대화 소재이기도 하다. 이는 2020~2022년 부동산 폭등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했다. 올해 초에는 진보 정권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제2의 폭등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삼토시’(본명 강승우)가 이러한 양극화 문제 해소에는 통화량이나 공급량 증감보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 그 쉽고도 어려운 길이…’라는 제목의 해당 글은 29일 게재 이후 조회수 1만5000회를 기록했다.
삼토시는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겠으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보정권에는 서울이 광역시보다 급등하고, 보수정권에는 서울과 광역시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20년간, 총 5명 대통령 재임 기간의 가계부문 통화량 증가율과 서울 매매가 상승율, 광역시 매매가 상승율을 수치로 제시하면서 집값 상승을 초래한 것으로 지목되는 몇몇 요인보다, 정책의 효과가 더욱 컸다고 주장했다.
먼저 삼토시는 공급량·통화량보다 정책 차이로 인해 집값이 크게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가계부문 통화량 증가율(월 평균)이 노무현 정부 때만 0.7%를 기록했을 뿐, 다른 정부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과 박근혜 정부(전국 2만4000·수도권 9000)보다 문재인 정부(전국3만3000·수도권 1만7000) 주택 공급량이 더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통상 공급량이 늘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나, 당시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가계에 풀린 돈이 비슷했고, 입주 물량은 문 정부가 많았으나, 집값은 문 정부에 많이 올랐다”며 “이는 진보와 보수의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가장 뚜렷하게 다른 것은 바로 다주택자에 대한 입장”이라고 했다.
신축 공급, 기축 매물이 늘어야 집값 안정화가 가능한데, 다주택자 규제를 가해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게 만들면서 수요가 상급지로 몰리게 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강화해 주택 처분을 유도했고, 전세 매물 감소 및 전세가 상승, 매매가 동반 상승 등을 초래하면서 ‘똘똘한 한 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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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작금의 양극화를 초래한 만큼, 이를 역행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기이던 2009년~2014년, 수도권의 경우 연 평균 입주 물량이 직전 5년보다 22% 적었으나,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및 취등록세 경감 등을 시행한 덕분에 수도권 집값 안정화와 전국 양극화 완화를 이뤄낸 사례를 언급했다.
삼토시는 “현 정부가 양극화 해소 의지가 있다면 과거 양극화 완화 성공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며 “고가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 때려잡는 규제 보다 지방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게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