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노원 집값이 정책적으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서울시가 발표한 민간 주도 ‘한강 벨트 공급 확대 정책’과 여당이 주도한 ‘LH 임대 공급 정책’을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최신 스마트폰이지, 공공으로 널려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아닙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너머 수도권 역세권 신축 대단지까지 집값 상승 열기가 옮겨가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이러한 열기가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다. 2023년 준공한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등 신축 대단지가 있으나 신고가 거래가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1 상계주공·중계주공 등 준공 40여년을 바라보는 50개 단지를 뒤로 하고, 공공임대 아파트가 먼저 재건축을 확정지으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애정과 증오가 교차하는 나의 노원을 떠나며..’라는 글도 이런 분위기기를 잘 보여준다. ‘썬더aa’ 닉네임을 쓰는 A씨가 작성한 이 글은 30일 이후 조회수 7000회를 기록했다. 총 121개 댓글을 받다. ‘노원구’ 게시판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개를 넘겼다.
노원에 오랫동안 거주했다고 밝힌 A씨는 “베드타운, 근린·슬세권 노원 시민 여러분”이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오늘도 마포·성동·강동·판교 등 주요 지역 게시판에 신고가 소식이 계속 올라오지만, 노원 게시판은 희망고문이나 조롱 섞인 글들만 가득하다”며 “많은 이들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보지 않거나 외면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고 했다.
A씨는 글에서 정치와 부동산의 상관 관계를 짚었다. 그는 “한국에서 부동산과 정치는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로, 이 사실을 인정해야 문제의 본질이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각각 발표한 9·7대책과 한강벨트 공급확대책을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최신 스마트폰이지, 공공으로 널려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아니다”라며 빗대 설명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9·7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공공 임대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어진 지 30년 넘은 수도권 노후 임대 아파트 8만6000가구 중 서울 소재 6개 단지, 7921가구를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노원구에 위치한 하계 5단지와 상계 마들 단지는 내년 초 착공한다.
반면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모델을 통해 2031년까지 주택 총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전체 물량 중 약 64%에 달하는 19만8000가구는 한강변에 짓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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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간 초선을 포함 수많은 정치인이 노원을 (디딤돌) 삼아 여의도로 갔으나, (그들을 통한) 지역 발전이나 기업 유치를 통한 성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결과적으로 노원은 근린시설과 공공주도 정책, LH 임대주택 공급에만 매달렸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와 기업 유치·교통 개선 같은 핵심 개발은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을 남발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노원 발전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노원에서 내집마련을 할 사람이 더욱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A씨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10년 이상 장기 거주를 고려하는 사람이 이미 드물다”며 “노원에서 집을 사도 향후 발생할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주민들이 다음 대선이나 총선에서 정책과 방향성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대통령의 음주량이나 영부인의 출신 배경 등은 여러분의 인생을 바꾸지 않지만,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 정책은 시장 안녕은 커녕, 지역 가치를 억눌리게 한다”며 “어느 쪽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는지 머리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저는 진심으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언젠가 재평가받고, 모두가 살고 싶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썼다”며 “지금이라도 국회에 있는 이들이 노원을 위해 좋은 정책을 펼치는 희망을 품으려한다”고 했다.
해당 글이 공개된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988년 상계주공 준공 당시 입주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파트로 이사와 엘리베이터가 신기해서 동생이랑 몇 시간 탔던 기억이 난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건 35년동안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5년 현재 노원구에는 아파트가 늙은 만큼, 같이 나이들어 떠나지 못하는 노인들과 저렴한 가격에 신혼집을 구했으나 탈출을 꿈꾸는 젊은 부부가 공존하고 있다”며 “젊은 시절 들어온 중장년층이 재건축을 외치지만, 노원구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 훈풍이 불 지 모르겠다”고 했다.
슬럼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0년 전 노원을 떠났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과거에는 확실한 중산층 거주지였지만, 지금은 교통 등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글에 공감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노원에서 아이들을 키워왔고 곧 은퇴하는 친구를 보니 걱정이 많더라”라며 “노원 일대 아파트 재건축이 안 되고 슬럼화가 되면 어쩌나 싶다”고 했다.
A씨처럼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노원 신축 아파트는 임대 주택보다 용적률이 더 낮아서 신축 아파트가 임대 주택을 우러러보는 스카이라인이 됐다”며 “도대체 누가 주인인가 싶다”고 했다.
동시에 노원 개발 기대감을 품은 시각도 있다. 한 네티즌은 “2028년 서울원아이파크가 들어서면 어떻데 달라질까 기대하고 있다”며 “얼른 정비사업을 진행해 깨끗하고 안전한 노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