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도 못 잡은 집값을 전청조가 잡았네요.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고 해야 할지…”
한때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의 ‘시그니엘 레지던스’(이하 시그니엘). 에르메스 백처럼 들고만 있어도 지위가 보장될 줄 알았지만,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은 근황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잘나가던 시절에 비해 집값은 20%가량 떨어졌고, 한 임대인은 1년 동안 공실을 유지하며 연간 수천만 원대 관리비를 부담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28번 부동산 대책도, 이재명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도 아닌, 이른바 ‘전청조 사건’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이 원인으로 꼽히면서 시그니엘 근황이 다시 사람들 입길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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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출신의 한 유튜버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월세 안 낮추고 공실을 택한…가격 폭락하는 레지던스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연의 주인공은 3년 전 시그니엘 전용면적 181㎡(이하 전용면적)를 약 56억원에 매입한 임대인 A씨다. A씨는 1년 전부터 월세 임대를 내놨지만, 월세를 낮추지 않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현재까지도 해당 호실에 직접 입주하지 않고 공실을 유지하고 있다. 공실 관리비만 월에 300만원이 든다. 시그니엘 같은 평형 월세 시세가 약 1700만원임을 감안하면, 1년간 놓친 임대 수익만 2억원이 넘는다.
시그니엘은 고층 주거 특성상 공기 순환 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하고, 집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번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하는 등 구조적 요인으로 관리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유튜버에 따르면 A씨는 공실로 두는 기간 동안 약 3000만~4000만원의 관리비를 지불했다. 사용량이 늘 경우에는 연간 관리비는 5000만~6000만원에 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A씨는 직접 거주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유튜버는 시그니엘이 초고가 아파트임에도 월세 수요가 적은 원인으로 ‘지위재’(positioning goodsㆍ얻음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주는 것들) 기능 상실을 꼽았다. 그는 “다른 아파트들은 집값이 엄청 많이 올랐는데, 최근 3년간 시그니엘 가격은 오히려 20% 정도 떨어졌다”며 “전청조 사태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버는 “시그니엘은 단기 렌트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가족과 살지 않고, 혼자 부자인 척하면서 진짜 부자들과 친해져 사기를 치고 다니면서 지위재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그니엘에서 ‘나 성공했어요’ 하고 강의 팔이하고 이상한 거 팔고, 시그니엘로 바이럴 많이 하니 사기꾼이 산다는 이미지가 들어서 초자산가들이 꺼리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시세에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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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그니엘은 희대의 사기극을 쓴 전청조(28)씨가 그의 연인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3)씨의 신혼 살림집으로 사용해 더욱 유명해졌다. 전씨는 월세 3500만원에 3개월 단기임대한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범행 대상을 초대했다. 이후 조 단위 자산가로 위장해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뜯어냈고, 현재 투자사기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전청조 사건 이후 시그니엘 집값은 최근 서울 강남권 집값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시그니엘 190㎡는 2022년 11월 80억 원(47층)에 거래됐지만, 올해 4월에는 60억5000만 원(50층)으로 20억원 하락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못 잡았던 집값을 전청조가 잡았다” “집 주인들 짜증나고 억울할 것 같다” 등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시그니엘은 최고 123층, 높이 555m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 내에 위치한다. 42~71층 233실 규모로, 주택형은 133~829㎡까지 다양하다. 2017년 분양 당시 최소 42억원에서 최대 370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다. 입주와 동시에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에는 이미지 리스크와 가격 조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