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위례과천선 노선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노선안을 두고 과천과 서초 주민 사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양상이다. 경제성이 검증된 노선 대신 2안이 다시 거론되면서 잡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위례과천선은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 주관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사실상 재정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과 동일한 절차다. 당시 확정된 노선은 ‘Y자 노선’으로, 과천 경마공원에서 출발해 서초 우면동을 거쳐 압구정과 복정역으로 이어지는 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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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은 대우건설과 삼보기술단이 제안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결정 시에도 1안으로 공개했던 노선이다. 과천지구를 관통해 양재시민의숲 인근을 지난다. 서초구 보금자리지구와 우면지구 입주민과 삼성·LG전자 양재R&D캠퍼스 출퇴근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사업 제안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노선을 검토했을 텐데, 1안을 최종적으로 제출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가장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했다.
반면 과천시가 선호하는 노선은 2안이다. 과천문화원을 출발해 경마공원 옆을 지난 후 주암지구를 관통, 양재IC로 향하는 방식이다. 이 안은 특히 하림그룹이 추진 중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부지 앞도 지난다. 지난 4월에는 신계용 과천시장과 하림 김홍국 회장이 면담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과천시는 주암지구에 위례과천선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3월 광역교통개선 분담금으로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역 정치인들도 가세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과천시는 주암지구 경유 노선을 주장하지만, 서초 우면동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지난달 우면동 주민 1만5000명은 원안을 고수해달라는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우면동 주민 박모씨는 “서울 서초구 행정동 가운데 지하철 역이 없는 곳은 양재1동(우면동)과 내곡동뿐”이라며 “서울의 대표적 철도 소외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원안대로 위례과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례과천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뒤 2021년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국토부에 최초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쪽으로 정부과천청사, 동쪽으로 송파구 법조타운을 연결하고, 북쪽으로는 강남구 압구정까지 잇는 총 연장 28.25km의 광역철도 민간투자사업이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