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실버타운, 파란색은 사용은 금기" 23년차 전문가가 밝힌 디자인 비밀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0.06 06:00

[시니어 하우징 멘토를 만나다]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 “집의 색상이나 자재가 평범해보이죠? 나이가 들면 이런 것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습니다.”

[땅집고] “어르신이 사는 아파트 외벽을 진한 파란색으로 칠하면 민원을 받을 수 있어요. 나이가 들면 시각 노화 과정 중 하나인 수정체 황변 현상으로 인해 청색 계열을 선명하게 인식하기 어렵거든요. 푸른 빛을 검은색 처럼 느끼는거죠.”

[땅집고]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신경건축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서경 기자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는 23년간 경관디자이너로 활동한 인물이다. 2008년부터 ‘학교 공간 바꾸기’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 구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면서 신경건축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10년동안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어르신 주택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이러한 경험을 담아 ‘나이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강동구 도시경관 총괄기획자, 국토교통부 중앙도시위원회 위원, 서울시 ‘인지건강 디자인’ 총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어르신이 사는 집일수록 신경건축학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자재와 색상 등 작은 요소에도 신체·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9일 개강하는 ‘노인복지주택 관리 및 운영 전문가과정(6기)’에서 ‘시니어 주거 기획, 설계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신경건축학적 핵심요소’에 대해 강의한다.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30분~6시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신경건축학이 무엇인가요.

“건축이나 공간이 인간의 정서, 인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건축설계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20여년 전부터 건축학자를 중심으로 나온 건축의 한 갈래예요. 나무나 패브릭, 철 이런 자재들이 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다 제각각인데요. 이런 게 사람들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고민하면서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 신경건축학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요. 자연 풍경이 보이는 병실에 있었던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빨리 퇴원하죠. 천정고가 높으면 창의성을, 낮으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한 연구소는 천정이 높다고 해요. 이처럼 신경건축학 연구 결과를 얻으려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특정 조건에 있어야 해요. 연구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경건축학을 어르신 주택에 어떻게 적용하나.

“우선 채광이 굉장히 중요해요. 노인 대상 시설의 경우, 커뮤니티 시설을 지상에 조성하는 것을 권해요. 지하에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면 창문이 없는데, 그러면 햇빛을 많이 못 보고, 우울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거실 같은 공용공간일수록 자연을 많이 접해야 합니다.

또한 어르신은 노화로 인해 수정체 황변 현상이 일어나서 파란색을 검은색으로 받아들입니다. 어르신이 사는 아파트를 파란색이나 청록색 등 짙은 색으로 칠했다가는 민원 폭탄을 받을 수 있어요. 죽음, 어두움, 저승사자 등 무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검은색이 반갑지 않은 거죠.”

[땅집고]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선보인 'KB 은평카운티' 건물 전경. /KB라이프


- 국내에서 신경건축학 반영해 지은 어르신 시설이 있을까.

“최근 KB골든라이프케어가 지은 요양원 ‘은평카운티’가 떠오릅니다. 일본처럼 목재를 많이 쓰고, 층수를 낮게 해서 주변 건물과 어울리게 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내부도 핸드레일 등 곳곳에서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멀어요. 이런 시설이 한 두개 나와서는 어르신 주거 문화를 개선할 수 없어요.”

- 한국에서 왜 이런 문화 아직 활성화하지 못했을까.

“어르신·장애인을 위한 주택은 무단차 등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결국 설계 업계가 변화해야, 그런 집이 계속 나올 수 있어요.

현장에는 여전히 ‘왜 단차가 없어야 해?’라고 묻는 사람도 있고, 필요성을 알면서도 관행 때문에 기존 설계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실제로 제가 자문했던 한 고령자주택의 경우, 자문 내용 대부분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어요. 가구 내 현관에도 단차가 있고, 실내에는 전동휠체어 충전 설비를 마련하지 않았죠.

그래도 요즘은 일부 설계사무소가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워낙 빨리 초고령사회로 진입해서 앞으로 어르신 주택 설계할 일이 많을텐데요. 좋은 사례가 하나 둘 쌓이면 설계 업계도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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