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억 회원권 골프장의 몰락…전설의 골프선수가 남긴 4400억대 실패작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0.04 06:00

[땅집고] 전북 익산시에 금강하구를 끼고 지어진 골프장 ‘클럽디 금강CC’와 ‘웅포CC’. 각각 18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인데 두 곳이 하나의 클럽하우스를 공유하고 있어 독특하다. 그런데 이 클럽하우스로 진입하는 도로 초입에 웬 흉물 건물이 방치돼있어 방문객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초 골프장과 함께 골프텔로 쓰일 건물이었으나 현재 새까맣게 때가 탄 콘크리트 건물 뼈대만 남아있다.

이 ‘유령 골프텔’이 생겨난 이유는 과거 국내 골프 대중화를 선도한 인물로 유명한 김승학 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 4400억원대 웅포3지구 관광지 개발 사업에 도전했다 실패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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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전북 익산시 웅포3지구 ‘클럽디 금강CC’와 ‘웅포CC’로 진입하는 도로 초입에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있는 골프텔 건물. /유튜브 강호의발바닥 캡쳐


1999년 익산시는 웅포면 일대가 금강을 끼고 있는 입지적 특성을 살려, 이 일대 257만6294㎡를 ‘웅포관광지’로 지정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웅포관광지는 크게 3개 지구로 나뉜다. 이 중 웅포1지구는 현재 ‘곰개나루 캠핑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고, 웅포2지구 역시 체육공원으로 조성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웅포3지구는 골프를 테마로 한 대규모 관광지로 계획됐다. 36홀 규모 골프장을 비롯해 5층 높이 콘도미니엄과 호텔, 74실 규모 콘도, 피크닉광장, 자연학습장, 골프학교 및 연수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골프장은 2007년 문을 열고 지금까지 성업 중인 반면 나머지 부지는 방치돼있고, 골프텔로 짓다가 공사를 중단한 폐건물까지 남아있는 등 개발이 20년 넘게 중단된 상황이다.

웅포3지구 개발을 담당했던 기업은 웅포관광개발.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승학씨가 설립한 회사다. 김승학 회장은 1968년 프로 세계에 입문한 뒤 1973년 한국인 최초로 브리티시오픈 본선에서 입상하고, 1970~1980년대 남자 프로골프 간판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땅집고] 전북 익산시 웅포3지구 위치. /익산시


골프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김승학 회장은 1999년 익산시로부터 웅포3지구를 660억원에 매입, 골프 테마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착공해 3년 만인 2007년 대중제 18홀, 회원제 18홀을 갖춘 ‘베어리버CC’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주중 회원권이 3500만원, 특별 회원권이 1억원으로 알려졌다. IMF 여파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었지만 당시 골프 붐을 업고 1800억원 규모 회원권을 분양하는 데 성공했다. 김승학 회장이 땅값을 빼고도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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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학 회장은 웅포3지구를 등기한 뒤 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골프텔과 골프 학교 등 나머지 시설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수천억원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2012년 웅포관광개발이 부도나면서 웅포3지구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웅포관광개발 채무가 금융기관 1582억원과 회원 입회금 1834억원, 조세 83억원 등을 포함하면 4400억원대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베어리버CC는 2012년 공매로 나왔고 웅포관광개발은 2018년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땅집고] 전북 익산시 웅포3지구 개발 조감도. /익산시


1순위 채권자였던 한울아이앤씨가 2014년 2월 공매를 통해 베어리버CC를 248억원에 인수했다. 총 36홀 중 18홀을 ‘에메럴드CC’라는 이름으로 바뀐 뒤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해 운영했다.

하지만 웅포관광개발 부도로 골프장 회원권이 휴지조각이 된 피해 회원 1000여명이 퍼블릭 전환을 반발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터졌다. 회원 중 약 800명은 권익위원회를 꾸리고, 돈을 모아 한울아이앤씨의 주식 60%를 인수한 뒤 ‘베어포트리조트’란 회사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이후 에머럴드CC는 베어포트리조트가 인수해 운영하는 주주제 골프장이 됐다. 회원들은 주식을 팔기 전까지는 골프장 이용권 영구 보장 받기로 약속받았다. 2021년부터는 익산관광개발이 골프장을 1019억원에 인수해 현재 ‘웅포CC’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옛 베어리어CC 중 나머지 대중제 18홀은 2019년 금강산업개발(현재 이도클럽디금강)이 348억원에 인수한 뒤 현재 ‘클럽디금강CC’로 운영 중이다. 이도클럽디금강의 지분 97.5%를 갖고 있는 주식회사 이도가 운영을 맡았는데 지난해 말 1000억원대 중반에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며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익산시는 버려진 웅포3지구 부지를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2021년 이 곳을 관광·레저 테마파크로 조성하겠다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후 선정된 3개 업체 컨소시엄에 돌연 자격 상실을 통보하면서 소송을 당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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