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년 만에 전세금이 3억 올랐어요.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더 받기 위해 실거주한다고 속여서 세입자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사례도 있다니까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현지 공인중개업소 등을 취재한 결과, 전월세 매품 품귀 현상에 따른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불법을 넘나드는 계약 분쟁까지 나타날 수 있을 정도로 과열됐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막고, 더 높은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새 계약을 추진하는 식이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대표적인 편법 거래로 마곡처럼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마곡 대표 단지인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 114㎡(44평형) 전세 매물 호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박세윤 현대부동산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7억~8억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10억원을 호가한다”며 “매물도 없을 뿐더러 나오면 반나절 만에 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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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전에 불붙은 마곡 전세난

마곡 부동산 시장 과열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이전이 있다. DL그룹, 이랜드그룹, 대명소노그룹 등이 내년 상반기까지 속속 마곡으로 본사를 옮긴다. ‘직주근접’을 중시하는 직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거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그 여파로 한때 거래가 끊겼던 매물도 기업 이전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거래됐다.

마곡엠밸리 1단지부터 17단지로 이뤄져 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30일 기준으로 전세 물량은 손에 꼽는다. 7단지는 1건, 6단지는 3건, 14단지는 1건이 전부다. 다른 단지들도 대부분 전세 매물이 0~2건에 불과하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바닥나자 월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월세 역시 만만치 않다. 마곡엠밸리 전용 84㎡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2억~3억원에 월 250만~300만원 수준이다. 월 1000만원을 버는 고액 연봉자도 소득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야 하는 구조지만, 나오기만 하면 계약이 성사될 정도로 수요는 탄탄하다.

마곡 전세난은 인근 강서구 등촌동, 김포 고촌읍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곡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주변 지역으로 눈을 돌리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등촌동 한 공인중개사는 “원래도 전세 물량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마곡에서 밀려나온 수요가 몰리며 매물이 거의 바닥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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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가격도 자극…21억 역대 최고가 거래

매매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엠밸리 7단지 전용 114㎡는 이달 들어 체결한 계약 모두 2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17일 21억원 거래는 해당 평형 역대 최고가 거래다. 인근 단지도 매매 가격 상승세다. 마곡엠밸리6단지 전용 84㎡는 이달 초 약 16억3000만원에 팔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억원 올랐다.

업계에선 마곡지구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대기업들이 전부 입주하지 않은 데다 내년 하반기 강서구청 등 공공기관도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이 들어오면 인구 3500명 정도가 더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구청 등 공공기관이 입주하며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곧 지역 가치를 높이게 되고 상승하고 있던 전월세와 매매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고 했다./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