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종교계 등이 선보인 미혼남녀의 만남 프로그램들이 높은 성사율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혼인율 쇼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만남을 향한 청년층의 열기는 뜨겁다.
서울시와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9월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사옥에서 미혼남녀 만남행사인 ‘설렘, 북나잇’을 개최했다. 정원 100명(남자 50명, 여자 50명) 모집에 총 3568명이 신청했다. 여성 참가자 모집에는 무려 2588명이 신청했다.
이번 행사는 도서관 콘셉트의 공간에서 서로의 취향을 나누며 교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최종 23커플이 맺어졌다. 이날 참가한 50쌍의 미혼남녀 중 총 23커플이 성사됐다.
종교계에서도 이와 같은 행사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강원관광재단과 함께 9월이 13~14일, 1박 2일 동안 강원 속초시 신흥사에서 ‘나는 절로, 신흥사’를 개최했다. 총 12쌍의 남녀가 참가한 가운데 6커플이 맺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만혼 예방과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조계종이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템플스테이 형식으로 2012년 시작했다. 2023년부터 인기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벤치마킹해 ‘나는 절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브랜딩했다.
특정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남 프로그램도 화제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알려진 서울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는 입주민 미혼 자녀와 입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결혼정보회사 ‘원결회’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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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단지 내 수십명 규모의 소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고가 아파트 거주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원결회를 통해 결혼에 이르게 된 커플은 무려 11쌍에 달한다.
한국의 혼인 건수를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최근 소폭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혼인 건수는 10년 새 40% 가까이 감소해 2022년 19만2000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2023년 19만4000건, 2024년 22만2000건으로 반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혼인은 증가 추세다. 지난 7월 혼인 건수를 2만394건으로 월간 수치로는 2016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올해 1~7월 누적으로는 13만82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결혼을 생각하는 청년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결혼식을 올릴 장소를 찾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가격이 부담스럽다. 한국소비자원 결혼서비스 가격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결혼식장,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 서비스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전국 2074만원으로 나타났다. 인기 지역인 서울 강남구는 평균 3336만이었다.
돈이 있어도 원하는 시기에 결혼을 못할 수도 있다. 한 예비부부는 “인기가 많은 웨딩홀은 1년 2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토요일 점심시간대 프라임타임은 다른 시간대 대비 1000만원 이상 비싼데, 이마저도 견적을 받기 위한 직접 상담 예약을 위해 ‘오픈런’을 해야할 정도”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