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중남미 중앙에 있는 인구 1000만명 국가 온두라스. 북쪽으로는 카리브해, 동쪽으로는 니카라과, 서쪽으로는 과테말라·엘살바도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고산지대와 강이 많은 나라다. 지형상 태풍이 종종 발생하는 바람에 각 도시를 연결해주는 강물 위 다리가 자주 유실돼 시설 재건 빈도수가 잦다.
온두라스 남쪽으로는 콜루테카(Choluteca) 강이 흐르는데 온두라스 정부는 일본 기업인 하자마 안도(Hazama Ando)사에 발주, 1998년 강을 가로지르는 총 484m 길이 철제 다리를 개통했다. 건설 기간은 2년여 걸렸는데, 당시 일본 기업이 중남미에 시공한 교량 중 규모가 가장 컸다.
그런데 하필 다리가 개통한 해 가을 허리케인 미치(mitch)가 온두라스를 강타했다. 4일 동안 강수량이 1900mm에 달했는데, 이는 온두라스에 6개월 동안 내리는 비의 양과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우였다. 이렇다보니 온두라스 전역 강물이 범람해 각 도시가 침수 피해를 겪고 7000명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각 강 위를 가로지르던 다리도 사실상 전멸 수준으로 파괴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다리가 콜루테카 다리다. 다리 양 끝을 연결하는 도로가 사라지긴 했지만, 철제 교량은 멀쩡히 남아있던 것. 그런데 문제는 허리케인이 너무 강력해 토사가 강물을 덮어버리면서 물줄기가 완전히 틀어져버렸다는 것. 강물이 다리 아래가 아닌 옆으로 새롭게 흘러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콜루테카 다리는 맨 땅에 철제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됐다. 생뚱맞게 남겨진 다리를 본 사람들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 다리’(The Bridge to Nowhere)’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콜루테카 다리는 수 년 동안 애물단지처럼 방치됐다. 그러다 온두라스 정부가 2003년에 교량을 고속도로와 다시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재는 다행히 쓰임새를 찾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