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망해가는 메이플스토리에서 배웠다" 저출산에도 서울 집값 폭등하는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0.05 06:00

[땅집고]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데도 서울 집값은 끊임 없이 오르는 이유를 배웠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침체된 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꼭 닮은 모습에 글을 접한 네티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임에서 배운 저출산인데 서울 집값 오르는 이유’란 제목의 글을 작성한 A씨는 “메이플스토리는 정점을 찍고 점점 망해가며 유저 수가 줄어들었는데, 뭔가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땅집고] MMORPG 메이플스토리 게임 시작 화면. /넥슨


A씨는 과거 메이플스토리 서버 중 유저 수가 가장 많은 ‘스카니아’에서 캐릭터를 육성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을 그만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당연히 사냥터가 여유로울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스카니아 사냥터는 더 붐비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했다. 반대로 다른 서버는 사냥터가 텅텅 빌 정도로 유저 수 감소세를 체감할 수 있었다.

A씨는 “유저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그나마 사람이 많은 스카니아로 모였다”면서 “스카니아 이외의 서버에서는 파티원(같이 사냥을 하는 팀원)을 구하기도, 아이템을 거래하기도 너무 힘들어지니 그나마 사람이 남아있는 스카니아로 몰렸던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A씨는 “이거 어째 인구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및 서울 집중화 현상이 연상된다고 했다.

메이플스토리를 운영하는 넥슨 측은 스카니아 서버에만 유저가 쏠리는 현상을 우려했다. 이에 원래는 불가능하지만 캐릭터를 다른 서버로 옮기는 유저들에게 소정의 혜택을 주는 임시 정책을 펼쳤다. 넥슨 측의 의도는 스카니아 서버에 있는 유저가 다른 비인기 서버로 이전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비인기 서버 유저들이 이 기회를 틈타 전부 스카니아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A씨는 “운영진의 의도는 스카니아, 즉 서울 사람들이 다른 서버인 지방으로 가라는 것이었는데”라면서 “(정부가) 공기업을 지방 보내든, 지방에 인프라를 깔든 다 서울로 몰리는 것과 어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더불어 A씨는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그만 두는 사람이 많아지니 게임 내 아이템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예측은 반만 맞았다고 전했다.

그는 “저레벨 낮은 가치의 아이템은 공짜로 줘도 안 가질 만 큼 가치가 폭락했고, 반대로 고레벨 높은 가치의 아이템은 오히려 가격이 자꾸만 올랐다”면서 “특히 최고 등급의 초레어 아이템은 게임 머니로 거래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치도록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어 “주로 낮은 레벨, 중간 레벨 유저들 위주로 메이플을 접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가난한 집안에서는 애를 안 낳으니 싼 아이템, 즉 하급지 부동산의 수요는 폭락하는 반면 최고레벨로 비싼 아이템인 상급지 부동산은 수요가 그대로인데 돈이 흔해지니 가격이 자꾸 올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지금은 메이플스토리를 접은지(그만둔지) 오래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우리나라 미래가 마치 망해가는 메이플스토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며 글을 마쳤다.

[땅집고] 서울시 시가총액 상위 20개 단지가 압구정동, 반포동, 성수동, 한남동에 치우쳐있는 모습.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A씨가 지적한 대로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선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다. 지방 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수도권에는 사람이 몰려들고 있고,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강을 낀 압구정·성수·반포·한남 등 핵심 입지 아파트 가격이 특히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023년·2990가구) 전용 84㎡(34평) 12층 주택이 올해 6월 7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40억원대에 거래되던 아파트인데, 강남권 한복판인 반포동 입지인데다 한강뷰가 가능한 상품성을 업고 랜드마크 단지 자리를 굳히면서 가격이 점점 뛰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2019년·341가구) 206㎡는 2022년 3월까지만 해도 85억원이었지만 올해 6월 128억원에 손바뀜했다. 한남동이 연예인·기업가들이 모여드는 주거지로 발돋움하면서 집값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경제 이론을 게임으로 잘 배웠다, 인구 소멸로 접어드는 2050년에 진입하면 종국에는 서울 집값이 어떻게 되는지도 잘 알겠다, 유저가 빠져나간 게임에서 고가의 아이템들이 어떤 취급들을 받는지”, “앞으로 서울 아파트는 월급을 모아서 사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물려받아야 가능할 것”이라는 등 의견을 내놓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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