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600가구 대단지에 전세 단 1건…서울 전세난 4년 만에 최악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0.02 06:00

[땅집고]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4단지e편한세상’는 총 1605가구 대단지이나, 지난달 30일 기준 전세 물건이 단 1건에 불과하다. 석관동 1091가구 ‘래미안아트리치’ 역시 전세 물건이 2건에 그쳤다.

서울 전세난이 급속도로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정부 대출 규제와 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전세를 내놓으려던 집주인이 줄고,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면서 전세 매물 건수가 쪼그라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보다 강북권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서민 주거 사다리를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관련기사 : 서울 '금(金) 전세' 시대…1400가구에전세 '0건'

[땅집고]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4단지e편한세상'. 1605가구 대단지지만, 30일 기준 전세 매물이 1건에 불과하다. /네이버지도 로드뷰


◇ 서울 전세수급지수 4년 만에 최고치

서울 전세 시장을 보여주는 지표는 나날이 오름세다. 지난달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4.2를 기록해 2021년 11월(140.1포인트)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다. 올 1월만 하더라도 125.2에 불과했으나, 8개월간 23% 뛰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에서 집계한다. 지수가 100을 넘어 커질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올 1월만 해도 125포인트 선에 머물렀던 전세수급지수는 6.27 대출규제가 발표된 뒤인 7월(144.95포인트)부터 매달 상승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했던 2023년 1월에는 45.0까지 내려앉았다.

[땅집고] 최근 6개월 사이 서울 자치구별 전세 건수 증감 순위. 서울 성북구가 67.7% 감소해 1위에 올랐다. /아실


◇ 성북구 전세 물건 반년 새 60% 증발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2만3961건이다. 3달 전 2만4279건에 비하면 1.4% 감소했다.

구별로 보면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개 자치구에서 전세 물건이 감소했다. 매물이 늘어난 곳은 강남, 송파, 강동, 용산 등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 많다.

반면 10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 많은 성북구(-38.7%)와 중랑구(-35.8%), 관악구(-34.2%) 의 경우 전세 매물이 가파르게 줄었다. 신혼부부, 청년 등 젊은 층의 주거난이 심화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성북구 전세 매물 건수는 1326건에서 436건으로, 무려 67.7% 줄었다. 광진구(928건→356건)와 강동구(2308건→889건)도 각각 -61.7%, -61.5% 감소율을 기록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갭 투자가 막히면서 전세 매물이 줄었고, 전세가와 매매가가 모두 오르면서 전세금을 조금 올리더라도 기존 집에 살겠다는 세입자가 늘어났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래미안퍼스트하이' 아파트 입구. 이 단지 전용 59㎡는 최근 2년 사이 전세금이 1억8000만원 가량 올랐다. 2025년 9월 기준, 전세보증금 3억7800만원(갱신), 5억5000만원(신규)을 기록했다. /네이버지도 로드뷰


◇ 갱신은 3.7억, 신규는 5.5억…전세가 폭등 예고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길음래미안1단지’에서 9월 체결한 전·월세 계약 9건 중 7건이 갱신 계약이었다. 전용 59㎡, 84㎡ 각 1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전세보증금을 올려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전세 물건이 잠기면 추후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의 경우 총 23건 전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갱신 11건, 신규 12건이다.

계약 방식에 따라 전세금이 큰 폭으로 갈렸다. 전용 59㎡ 기준, 한 갱신 계약은 3억6000만원에서 3억7800만원으로 보증금을 상향했고, 신규 계약의 전세 보증금 5억5000만원이었다. 실제로 해당 가구 전세 시세 호가는 5억2000만원부터다. 이 가격이 유지될 경우 2년 뒤 세입자는 최소 1억8000만원가량을 웃돈을 줘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westseoul@chosun.com

화제의 뉴스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인사] 한미글로벌
"반도체 팔아 부동산 쇼핑" 한미반도체, 강남 이어 한남동 건물 매입
분상제·비규제지역 '서수원 에피트 센트럴마크', 9일 1순위 청약

오늘의 땅집GO

감정가보다 4억 웃돈에도 "역대급 승자" 송파 아파트서 무슨 일
공사비 못 건진 '현대·반도·한신', 미분양 단지 통째로 임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