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값이 12억일 때 사두라고 했을 땐 말을 안 듣더니, 이제 17억이 되니까 사야 하는지 묻더라고요. 기왕 살 거 일찍 사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기만 해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무주택자인 후배의 고민을 들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A씨는 지난해까지 직주근접지로 광명을 강추(강력 추천)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외면받던 광명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결국 ‘상투’를 잡을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년 전만 해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지금은 신고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명뉴타운 신축 아파트 국민평형(전용면적 84㎡) 분양가와 시세가 12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일부 단지는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당시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등 일부 단지는 3차 임의공급까지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당시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그 돈이면 서울 아파트 사는게 낫다”는 말이 허다하게 나왔다. 광명은 ‘투자하면 안 될 곳’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정반대다. 올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철산자이더헤리티지(3804가구) 전용 84㎡ 입주권은 이달 1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3년 전 9억원대 분양가에서 7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지금은 서울 영등포 신길뉴타운 시세(16억~17억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미분양 소진, 치솟는 분양가
광명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소진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28가구였던 미분양이 7월 기준 2가구로 줄며 ‘제로’에 근접했다. 98% 이상 팔린 셈이다.
그 사이 분양가는 치솟았다. 철산역 자이는 1평(3.3㎡)당 4250만원, 전용 84㎡ 기준 15억1500만~15억76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광명 역대 최고 분양가이자, 이미 입주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시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입주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입지가 더 뛰어난 만큼 청약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 철산역 자이 특별 공급에는 전체 337가구 모집에 총 6226명이 청약에 참여하면서 평균 1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철산자이브리에르’도 주목받는다. 철산주공 10·11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전용 59㎡ 분양권이 최근 10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둔촌주공 데자뷔…비쌀 때 산다
광명의 집값 급등세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 현상에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매수세를 더욱 부추기고, 결국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경기도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성남 분당구(0.34%)였고, 그 뒤를 광명(0.28%), 과천(0.19%)이 이었다.
광명 아파트의 급등세는 과거 둔촌주공 사례와 닮았다. 둔촌주공은 2022년 12월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13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억원에 육박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광명 정비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광명11구역을 빼면 2030년 광명시흥신도시 공급 전까지 신축 대단지 분양은 없다”며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현 분양가가 오히려 저렴하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철산하이부동산 대표는 “철산동은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선호가 높다”며 “특히 정비사업 대단지가 속속 입주하면서 시세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