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성동구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던 A씨는 6·27 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동대문구 답십리뉴타운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일주일 새 매매 호가가 수천만원 뛰면서 다시 지도를 살피고 있다. 그가 눈여겨 보던 ‘래미안위브’ 전용 59㎡의 경우 최저 호가가 11억7000만원에서 13억원으로 일주일 새 1억3000만원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 이후 주택 매수 열기가 서울 한강벨트 바깥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동대문구 답십리뉴타운과 성북구 길음뉴타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한강벨트로 불리는 마·용·성보다 도심 접근성이 낮아 집값이 저렴하지만, 신축 아파트와 생활인프라를 확보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들이다.
◇ 동대문·성북구 뉴타운 ‘매수세’ 화르륵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전농동 2397가구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는 이달 15, 20일 연달아 16억원(18층, 14층)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8월 말, 같은 평형이 14억7000만원(3층)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한달새 1억3000만원 올랐다. 2014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답십리뉴타운 대표 단지로 불린다. 강북지역 주요 교통 중심지인 청량리역(1·경의중앙·경춘·수인분당·경강선)이 도보권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끼고 있다.
이 단지 대각선에 위치한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전용 59㎡는 지난 달까지 12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서만 13억원대 거래가 3건 발생했다. 13억5000만원(12층) 신고가도 나왔다. 선호도가 낮은 저층을 제외하면 입주 가능한 매매 매물은 14억원부터 나와 있다.
답십리뉴타운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빨리 팔고 상급지로 넘어가려고 집을 내놓으면 바로 거래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9·7대책 이후 주말마다 줄을 서서 집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집을 보러 와서 저가 매물이 싹 빠지고, 호가가 억 단위로 오르고 있다”고 했다.
도심 대표 뉴타운 중 하나로 불리는 성북구 길음뉴타운에서도 매수 열기가 뜨겁다. 길음동 2352가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의 경우 3일 전 14억8000만원에 팔린 이후 최저 호가가 15억원대로 뛰었다. 전용 59㎡의 경우 이달 초 12억3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2007년 준공한 길음동 ‘래미안6단지’ 전용 59㎡는 최근 11억46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길음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 직후 2주 정도 관망세가 이어지다가 다시 매수세가 붙고 있다”며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빠르게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4300가구 'DMC파크뷰자이' 전용 84㎡도 올해 7월 말 15억원 신고가에 팔렸다. 13억대 매물이 있으나 채광이 불리한 저층 매물이 대부분이다.
◇ 대책 나오면 가격 상승
이들 지역의 경우 거래량도 증가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이달(25일) 기준, 53건이다. 8월(63건)보다 낮으나, 7월(44건) 거래량을 상회한다. 월말이 남은 점과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간 30일을 고려하면 직전달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책을 통해 집값을 잡으려고 했으나, 시장에서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7공급 대책 역시 약발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24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사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경험을 했던 만큼, ‘대책이 나올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전역으로 아파트값 오름세가 확산되면서 이번주 25개 자치구 중 24개 구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9월 넷째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이번주 아파트값이 0.19% 상승했다. 지난주(0.12%) 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보합(0.00%)을 기록한 도봉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 기류가 나타났다.
전문가는 집값을 좌우하는 대부분 요인이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등으로 인해 시중 통화량(M2) 증가했고, 실물 자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 서울 신축 공급난이 맞물리면서 신축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당장 체감하는 공급 대책이 없는데, 대출 축소 대책이 있다”며 “결국 전세난 심화, 전세가·매매가 동반 상승 효과만 남게 됐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