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6억 대출 규제 이후 20억~30억원대 비강남 상급지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풍선효과가 생각보다 더 높은 가격대에서 나타났어요. 개인적으로 30억원 이상 상급지를 노린 분들이 다음 구간을 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모두 이달 초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전용 84㎡가 각각 23억원, 24억7500만원, 25억4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와 비교하면 최대 3억원 이상 비싸다.
주택담보대출 금액 상한선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6·27 대책’ 이후 혼조세를 보이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9·7대책 이후 연일 들썩이고 있다. 강남권 등 규제지역의 경우 거래량이 줄었어도 신고가 소식이 이어지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아파트는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대책 이후 쏟아진 전망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강남권 아파트 가격에 하방 압력이 작용하고, 서울 외곽으로 집값 상승 열기가 옮겨간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6·27대책이 서울 20억대 아파트 수요층을 늘렸다는 글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대출을 받아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를 사려던 이들이 계획을 바꿔 다음 가격대를 택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에 올라온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는 풍선효과가 없었지만, 6월 대출 규제는 풍선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글이다. ‘분석전문가(분전)’ 닉네임을 쓰는 A씨가 작성했다.
A씨는 “풍선효과는 한쪽이 눌리고 다른 쪽이 튀어오르는 것인데, 토허제 지정 지역의 경우 가격 눌림은 커녕 오히려 가장 많이 올랐다”며 “상급지가 전방위적으로 다 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6·27 대책이 이런 시장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A씨는 “6월 생긴 대출 규제는 대출을 비율로 규제하지 않고, 실질적 가용자금에 제한을 둬 집을 사고자 했던 이들의 눈을 낮출 수 밖에 없게 했다”고 했다.
주목할 부분은 예상했던 것보다 생각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20억~30억대 시장은 이미 6월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거래량이 월 1만1000여건으로 높았던 6월 수준에 근접하고, 가격이 신고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30억에 6억 대출은 LTV 20%를 적용한 것으로, 이 가격대도 6억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며 “하지만, 위에서 포기하고 내려온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20억원 현금 보유자가 20억원을 대출받아 40억원 주택을 매수할 수 있었으나, 6·27 대책 이후로는 26억원 미만 주택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40억대에서 30억대로, 다시 20억대로 눈을 낮춘 결과 20억~30억대 시장에 매수세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가격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의 거래량은 늘고 있다. 20억대 아파트가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서울 강동구의 경우 7월 매매 평균 가격이 11억3086만원으로, 직전달(13억1772만원) 대비 14% 하락했는데 8월과 9월 연달아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9월(22일 기준)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416만원으로, 규제가 생긴 6월을 제외하고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용산구는 오름세가 더욱 크다. 8월 13억673만원이었으나, 이달에는 15억9676만원으로 22% 증가했다.
A씨는 앞으로 이러한 가격 상승 온기가 서울 외곽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가격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외곽 아파트로 매수세가 붙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중급지로 평가받는 곳들의 대세 상승장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국민평형인 전용 84㎡가 15억원 이하인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서울의 수년간 예정된 공급 부족 사태가 서울 외곽에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폐 가치와 자산 가치의 차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이를 본 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실상 앞으로 주택 매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이재명 정부도 결국 ‘김현미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더 올랐다.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 최대 실패 정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더 올린다는 의미로 ‘김현미의 저주’라고 표현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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