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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임대사업 적자 4690억…SH, 부채 늘어도 빌라 사들이기 올인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5.09.23 06:00

SH, 올해 예산 1.5조 추경해 임대주택 예산 6100억 증액
‘미리내집’ 공급 집중…임대주택 공급 늘릴수록 적자 커지는 구조
2027~2028년 부채비율 증가·유동성 감소…재무관리 위험 신호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올해 예산을 애초보다 1조5000억원 늘리며 임대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공급 규모가 클수록 적자도 커지는 구조인 데다 택지 조성, 분양 수익 등으로 인한 교차 보전 방식도 한계에 왔다는 전망이 나온다.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사옥./SH


SH는 지난 7월 24일 제414회 이사회를 통해 공사 예산을 기존 6조3714억원에서 7조9009억원으로 증액하는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했다. 기존 편성액 대비 증액된 하반기 집행 사업비와 주택매입비 등에 한해 예산을 증액했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토지 및 주택 임대사업’ 예산을 1조2472억원에서 1조8573억원으로 6101억원 늘렸다. ‘미리내집’, 매입임대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는 황상하 사장 체제 SH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공사를 이끌고 있는 황상하 사장은 김헌동 전 사장과 달리 매입임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며 주택 매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매입 실적은 약 800가구로, 최근 몇 년간의 매입 실적(2022년 829가구, 2023년 1916가구, 2024년 712가구)과 비교하면 양호한 흐름이다. 예산 확대로 인해 총 목표치인 5350가구 달성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공사 재정에 가해지는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임대주택 사업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임대주택 사업 매출은 2148억원에 그친 반면, 원가는 6838억원으로 46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땅집고] 서울 강북구 일대 아파트 전경./땅집고DB


김세용 전 사장 재임 시기인 2020년 매입임대주택 6700가구 공급했을 때 임대주택 관련 적자가 4316억원을 기록해 처음 4000억원대를 넘겼다. 이후 2021년 4644억원, 2022년 4018억원, 2023년 4398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올해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SH의 2025년 임대 주택 공급계획 물량은 신규, 재공급을 모두 합쳐 약 2만4000가구에 달한다. 상반기에 이미 1만2000여가구를 공급했다. 특히 서울시의 저출생 대응 정책인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2)을 올해 3500가구 공급하고 내년부터 연간 4000가구씩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향상이 설립 목적 SH로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며 적자를 내는 구조를 피할 수는 없다. 주변 보증금 시세의 70~80% 수준, 공급 유형에 따라 30~50% 수준의 낮은 임대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 건설원가, 노후 주택 수선유지비, 관리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SH는 택지 조성, 분양 주택 판매 등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 보전’ 방식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위례, 마곡 등 택지조성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임대주택 적자를 메워주던 안정적인 수익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택지조성해 매각하는 사업 구조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직접 시행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구룡마을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SH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유동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중장기 재무관리계획./SH


공사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24년 말 202% 수준인 부채비율은 올해 말 223%, 2024년 242%, 2027년 260%까지 올라간다. 단기 부채를 상환할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257%, 2025년 304%, 2026년 362%까지 올라가다가 2027년 177%, 2028년 122%로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유동비율은 200%를 넘길 때 양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2027년 이후 재무 위험이 예상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구룡마을 등 사업비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여기에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불거진 청년안심주택, 사회주택 등 위험 사업장을 SH가 매입해 관리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추진하면서 관리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2024년 말 기준 S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은 총 758곳, 26만3000여가구였는데, 올해 연말까지 828곳, 27만7880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공공지원 민간임대 청년안심주택수는 빠진 수치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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