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광주광역시 숙원 사업 중 하나인 ‘5성급 호텔’ 유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가 챔피언스시티 개발 사업에 300실 규모 특급호텔 유치를 조건부로 내걸면서 사업자가 본격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광주 인구와 소비 규모에 비춰볼 때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수영장과 연회장 등 부대시설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 신라·메리어트·하얏트 광주에서 볼 수 있을까
현재 광주에서 5성급 호텔 유치 논의가 이뤄지는 곳은 광주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사업 ‘올 뉴 챔피언스 시티(챔피언스 시티)’다. 총 29만8000㎡(약 9만평)에 걸쳐 4300여 가구 아파트와 업무·상업시설, 호텔, 공원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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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 시행사인 챔피언스시티 복합개발 PFV는 챔피언스 시티에 입점할 호텔 업체를 검토 중이다. 현재 호텔신라, 하얏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등 주요 호텔 체인이 참여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광주시가 사업시행자 측에 300실 규모 특급호텔 건립을 조건부로 내건 데 따른 것이다.
신영 관계자는 “호텔 규모와 브랜드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하반기 주택 분양 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5성급 호텔은 4성급 이상 시설에서 3개 이상 레스토랑·24시간 이상 룸서비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4성급 기준은 2개 이상 레스토랑·12시간 이상 룸서비스다.
◇ “광주 5성급 호텔에 누가 올까”…업계는 ‘난색’
업계에서는 광주에 5성급 호텔을 짓더라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호텔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인구가 매년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광주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140만명 선 아래로 내려왔다.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호텔은 지역 인구 규모와 객실 단가에 따라 수익성이 판가름난다.
특히 소비가 활발한 계층인 청년층(19~34세)에서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년간 광주에서 타 지역으로 간 인구는 12만4000여명이다. 이중 청년층 순유출이 10만6000여명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광주를 떠난 10명 중 8명 이상이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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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호텔 체인들이 하위 브랜드 확장에 주력하는 것도 광주 5성급 호텔을 기대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객실·뷔페 이용료를 올리더라도 인건비·식자재비 등 운영비 상승분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여파다.
운영비를 줄여야만 마진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운영비 감축에 나서고 있다. 호텔신라는 최근 강릉에 5성급 ‘신라모노그램 강릉’을 열면서 3성급 호텔 ‘신라스테이’처럼 위탁 운영 형태를 취했다.
서울 한 주요 호텔 관계자는 “300객실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며 “핵심 상권인 유스퀘어 인근마저 주말 낮이 한산한 것에 비춰보면, 광주 5성급 호텔을 짓더라도 수지타산 문제에 부딪힐 것 같다”고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호텔 개발 사업도 주택처럼 인구와 소비 규모, 지가 등을 반영한다”며 “광주의 경우 1박에 수십만원하는 5성급 호텔에 갈 사람 자체가 적은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영장과 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내세울 경우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나 고급스러운 호텔 웨딩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호남권 고액 자산가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적극 마케팅을 할 경우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5성급 호텔이 들어선다면 인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 20년째 변함없는 광주의 꿈
광주는 2000년대 초반부터 5성급 호텔 유치를 목표해왔다. 광역시 중 사실상 유일하게 5성급 호텔이 없어 그간 ‘호텔 불모지’로 불렸다. 광주 내 최상급 시설은 라마다플라자광주호텔(123객실),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95객실), 홀리데이인광주호텔(203객실) 등 모두 4성급이다. 국제 행사나 각종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유치가 어려운 환경이다. 광주에서 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은 전남 여수 ‘소노캄 여수’다.
그러나 2008년 인터컨티넨탈호텔 유치 무산 이후로 실질적인 논의 단계에 다가선 적이 없다. 올해 상반기 ‘농성동 주상복합 더라이징PH’ 사업계획에서도 하얏트 호텔 입점이 빠졌다.
일각에서는 광주가 숙원 사업을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광주는 9개 공원에서 진행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조 단위 기부채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에는 광주 신세계 백화점 확장 사업에서 기부채납 규모로 사업자와 이견을 보였다. 결국 신세계 측이 계획을 틀면서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한편, 챔피언스시티 복합개발 PFV는 이달 본 PF 전환과 10월 착공을 준비 중이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2029년 완공 목표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