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권 대표 노후 단지 은마아파트가 최고 49층, 5893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거듭난다. 1979년 준공 이후 무려 46년 만이다. 그동안 재건축 ‘화석’이라 불리며 수차례 표류했던 은마아파트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임대주택만 900가구 이상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당초 조합은 2015년부터 최고 50층 계획을 추진했지만,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강변 35층 규제에 막혀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2023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35층 규제를 폐지하면서 이번에 다시 49층으로 확정됐다.
은마아파트가 들어섰던 1970년대 후반 대치동은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변두리였다. 정부가 강북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강남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1979년 은마아파트가 준공됐다. 28개 동, 4424가구 규모로 당시 서울 최대급 단지였다. 분양가는 31평형 2092만원, 34평형 2339만원으로 당시 평균 가구소득이 14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주택 국민을 위한 아파트’라는 광고 문구와 달리 고가였다.
그럼에도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체계적인 단지 설계와 넓은 도로망, 급성장한 대치동 학원가까지 더해지며 은마아파트는 ‘학군 프리미엄’의 상징이 됐고 강남 집값을 끌어올렸다. 1996년부터 재건축 논의가 시작됐지만 수십 년간 표류하며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46년이 지난 지금 시세는 분양가의 200배 이상 올랐다. 지난 7월 전용 84㎡가 42억원, 6월 전용 81㎡가 36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전용 84㎡ 40억원 초반, 전용 76㎡ 30억원 후반대다. 최근에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호가가 5일 만에 1억원 오르는 사례도 나타났다.
단지 내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속도가 붙으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노후화로 거주 여건이 불편해 주민들도 빠른 재건축을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정비계획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최고 14층 4424가구에서 최고 49층 5893가구로 재탄생한다. 지하 주차장이 신설되고, 단지 인근 공원 지하에는 40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들어선다. 대치역 일대 침수 방지를 위한 대규모 저류조, 개방형 도서관, 대치·개포 생활권을 연결하는 공공보행통로도 조성된다.
가장 큰 변화는 공공주택 물량 확대다. 당초 677가구에서 서울시 역세권 용적률 특례가 적용되며 공공임대 231가구, 공공분양 182가구가 추가돼 총 공공임대 908가구, 공공분양은 182가구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 물량은 400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사업도 늦어지는데 공공주택이 과도하다”며 “은마'임대'아파트가 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계획대로라면 2034년 이후 입주가 가능하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자 한국 아파트 역사의 아이콘으로 불린 은마아파트가 이번에는 별다른 난항 없이 새 옷을 입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