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상드림아일랜드 2조 개발 물거품…대성건설, 알짜 골프장만 챙겼다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09.19 06:49 수정 2025.09.19 09:28

2조 사업,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공매 매각 추진했으나 대성건설 가처분 신청에 ‘발목’
“지역 발전 발목잡기” 비판 나와

[땅집고] 인천 영종도 바다매립지에 2조원 규모 초대형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던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10년 만에 사실상 부도 사태를 맞았다. 사업지 내 분양 토지가 팔리지 않는 바람에 약 3000억원의 금융기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올 5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결국 사업 부지 대부분이 공매로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EOD 발생 이전에 사업지 내 약 300억원대 땅을 매각해 극적으로 회생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문제는 이 땅을 먼저 계약했던 대주주 대성건설이 잔금도 내지 않으면서 반대하는 바람에 끝내 매각이 무산돼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적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사업부지 내에서는 대중제 골프장(36홀)만 유일하게 운영 중이며, 워터파크·호텔·쇼핑몰 등 당초 계획한 주요 시설 개발은 모두 중단됐다. 이 골프장을 대성건설이 운영하고 있다.

[땅집고] 인천 중구 영종대교 남단에 글로벌 해양관광단지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던 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사업 추진한 지 11년이 지난 대성건설이 운영하는 베르힐 영종 골프클럽만 운영 중이고 나머지 땅은 방치돼 있다./강태민 기자


◇경기 부진으로 토지 매각 실패…결국 대출금 상환 못해

한상드림아일랜드는 영종대교 아래 준설토 투기장(330만㎡)에 골프장,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특급호텔, 복합쇼핑몰, 과학의전당 등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총 사업비만 2조321억원에 달한다.

사업 추진을 위해 해양수산부와 민간 기업이 2014년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었다. 자본금은 688억원으로 지분율은 대표적 한상 기업인 마루한이 22.52%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대성건설과 큐브컴인베스트먼트, 현대건설이 각각 15.58%,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가 각각 10.17%, 드림아일랜드레저가 10.39%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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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드림아일랜드는 금융권에서 약 3000억원을 PF대출로 조달해 기반시설과 부지조성, 골프장 공사 등을 진행했다. 조성한 토지 중 주주사에 일부 땅을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해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영종대교 한상IC 개통 지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땅이 전혀 팔리지 않았다.

[땅집고] 인천 중구 중산동 1995번지 일대 위치한 한상드림아일랜드./조선DB


결국 시행사 측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EOD에 빠졌고 대주단은 지난 5월 만기 전 대출 회수를 선언한 뒤 분양용 토지를 대거 공매에 부쳤다.

◇이마트에 땅 팔 수 있었는데…대성건설 반발로 실패

EOD가 발생하기 전에 한상드림아일랜드에게 회생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땅집고 취재결과, 이마트가 작년 말 사업지 내 유원지 부지 8만1087㎡에 대해 매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는 이 땅을 사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2군 야구장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자금 조달이 시급했던 시행사도 이마트에 땅을 팔고 싶었지만 당시 이 땅에 대한 우선 매입권은 대주주 대성건설이 갖고 있었다. 2019년 290억원 규모의 토지매매계약을 맺었던 것. 그러나 대성건설은 계약금만 납입했을 뿐, 잔금은 내지 않았다. 잔금 납부 기한은 지난해 11월로 이미 지났다. 시행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대성건설이 계속 반발하는 바람에 이마트는 땅을 사지 못했다.

심지어 대성건설은 이마트가 유원지 부지를 최근 공매로 367억원에 낙찰받았는데, 이에 반발해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땅집고]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토지이용계획도. 운염도와 소운염도 사이 유원지 부지는 당초 오션마리나리조트 개발을 계획했다. 이마트 측이 공매로 나온 부지를 낙찰 받았으나 대성건설이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홈페이지 제공


이 사업에 참여한 주주사 관계자는 “이마트는 수의계약으로 매입을 진행하려 했지만 대주주가 반대해 공매로 낙찰받은 것”이라며 “대기업이 들어서면 지역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업 정상화를 할 수 있는데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그는 “수의계약이 이뤄졌다면 EOD 발생도 막고 다른 토지 매각도 이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숙박시설·근린생활시설 부지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문의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대성건설이 자사 이익 보호에 급급해 국가적 프로젝트를 맡은 시행사 대주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성건설은 올해 6월 한상드림아일랜드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베르힐 영종 골프클럽’을 운영한다. 한상드림아일랜드 전체 사업 면적(330만㎡)의 절반에 달하는 49.8%가 골프장으로 조성했다.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시설이다. 이에 국비와 민간자본이 투입된 초대형 개발이 결국 대성건설의 골프장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베르힐은 대성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다. 지역사회에서는 “인천 지역을 살릴 대형 사업이 특정 건설사의 이기심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땅집고] 올 6월부터 운영 중인 베르힐 영종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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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이익 급급…대주주 책임 버렸다” 도덕적 해이 논란

업계에서는 대성건설이 사업 핵심 부지를 선점해 땅값 상승만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성건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7월1일 자로 영종대교 하부도로 한상IC가 개통하면서 막힌 길도 뚫렸다. 게다가 대성건설이 가처분을 신청한 유원지 부지는 한상IC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알짜배기 땅이다. 해당 부지 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에 매각을 막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주사 관계자는 “한상IC를 나오면 바로 나오는 땅이 유원지 부지라 (대성건설 측이) 땅값이 오를 것 같아 매각을 막고 있는 것 같다”며 “15%가 넘는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라면 사업 정상화를 위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땅집고는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 사업과 관련해 대성건설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지역 사회 비판도 거세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정부가 준공 기한을 11년 동안 연기해가며 지원했지만 결국 남은 건 골프장뿐”이라며 “특정 회사가 이익만 챙기고 사업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했다.

해양수산부의 관리·감독 부재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해수부는 진입도로(272억원), 상수도(60억원), IC 건설(300억원), 철도 역사 설치(178억원) 등 총 800억원의 국비를 투입했지만, 사업은 골프장으로 귀결됐다. 전문가들은 “항만 인프라 조성 외 민간 개발 경험이 부족한 해수부가 관리·감독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며 “사실상 예견된 실패”라고 지적한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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