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노재헌 재단의 놀라운 빌딩 재테크…알고보니 '엄마 찬스'?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09.19 10:00

노재헌 이사장 재단, 부동산 연이어 투자 자산 급증
소득 없는 모친 김옥숙 여사 147억 재단에 기부

[땅집고] 18일 찾은 서울 종로구 사직동.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한 동네에 최근 신축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었다. 그 중심에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이사장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있다. 건물은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다. 진한 붉은색의 곡선형 외관 디자인이 단연 눈에 띄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21년 사직동 대지면적 327㎡(약 99평)를 30억5000만원에 매입, 연면적 699㎡ 규모 건물로 신축했다. 매입 시점은 노재헌 이사장의 모친 김옥숙씨가 2020년 95억원을 출연한 이듬해다. 인근 건물들이 동시에 신축·리모델링에 나서면서 일대가 상업지구로 탈바꿈했고, 센터 건물 역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고 주변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변 시세와 신축급 건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입가보다 두 배 이상 많게는 세 배까지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노재헌 이사장이 운영하는 동아시아문화재단은 2021년 서울 종로구 사직동 대지를 매입하고 신축 건물을 지었다. 현재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이 노 이사장의 문화재단 부동산 투자에 사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박기홍 기자


[반값할인]40억 건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뽑아낸 경공매 물건, 할인받고 추천 받기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12년 노재헌 이사장의 누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5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노 이사장은 초창기부터 상임이사로 활동해왔다. 동아시아문화센터 회장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로 정치에 입문한 문 전 국회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친노계의 맏형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상임고문이기도 하다.

재단은 ‘한중우호대화’, ‘북방정책 세미나’ 등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했지만, 실제 지출 내역을 보면 부동산 투자에 집중돼 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동아시아문화센터의 부동산 투자 자금이 ‘노태우 비자금’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실체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노재헌 이사장은 이달 11일 이재명 정부 첫 주중대사로 내정됐다.

[땅집고] 이재명 정부 첫 주중대사로 내정된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연합뉴스


☞1000만 실버 시대,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골든타임 놓치지마세요!

문화센터는 이에 앞서 2017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건물(대지 190㎡·연면적 449㎡)을 14억6000만원에 매입한 뒤 증축과 리모델링을 거쳐 2024년 11월 47억원에 매각했다. 매입가 대비 세 배 이상 차익을 남겼다. 건물은 당초 일부 주거용으로 쓰였으나 증축 이후 전 층 사무실·음식점 용도로 변경했다.

문화센터의 건물 투자는 노 이사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의 대규모 기부가 배경이었다. 부동산 매입과 신축이 이뤄진 시점에 맞춰 거액의 기부가 이뤄졌다.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센터에 출연금 총 147억원을 입금했다. 2020년 노재헌 이사장이 센터 대표로 취임하자 김 여사 기부는 더욱 커졌다. 2020년에만 95억원을, 21년에는 20억원을 출연했다. 센터는 이 자금을 토대로 청운동·사직동 건물을 매입·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화센터의 2024년 자산총계(179억원)의 대부분이 김 여사의 기부금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김 여사가 평생 소득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액의 출처가 사실상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에 비자금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 받았다. 확정 판결 16년이 지난 2013년에 추징금을 완납했다. 그러나 노소영 관장이 이혼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김옥숙 메모’에 수백억원대 자금 내역이 적혀 있어 비자금 의혹이 재소환됐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904억원에 달하는 각종 자금과 실명들이 기재됐다.

문화센터 운영 투명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센터는 사직동 대지를 2021년 4월 매입했지만 소유권 이전등기는 10월에서야 이뤄졌다. 법정 기한(통상 60일 이내)보다 훨씬 늦은 셈이다. 또 공시 과정에서 김 여사의 기부금 관계를 ‘해당 없음’으로 기재하거나, 기부금 잔액을 ‘0원→97억원’으로 수정하는 등 불투명한 공시 사례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나 비자금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노재헌 이사장과 노소영 관장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불출석했다. 이후 검찰 수사도 착수됐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 관련 의혹이 커지면서 범죄수익 환수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관련 입법 활동에 나섰으며 올해도 박균택 의원이 "5.18이나 12.12 사건 같은 국가폭력범죄의 경우 범죄자가 사망해도 불법자금 환수·추징이 필요하다"며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공익재단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과도한 부동산 투자에 나선 점, 그리고 기부금 출처 논란을 해명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hongg@chosun.com

화제의 뉴스

18번 줍줍에도 "안 사요"…서울 신축 단지 굴욕, 할인 분양에도 텅텅
미국 MZ도 주거 사다리 붕괴…40세 돼야 집 산다
"5평 원룸 월세 100만원이 기본?"…'헉' 소리 난다는 서울 방값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오늘의 땅집GO

감정가보다 4억 웃돈에도 "역대급 승자" 송파 아파트서 무슨 일
공사비 못 건진 '현대·반도·한신', 미분양 단지 통째로 임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