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6억원 한도 대출 규제 여파가 상급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상급지는 숨 고르기, 중급지는 갭 메우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기존의 ‘초(超)양극화 현상’은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삼토시’)
올해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시장은 거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진보 정권 시기마다 서울 집값은 가파르게 뛰었고, 보수 정권 때는 오름세가 꺾였다. 이번 정권 역시 공급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처럼 무주택자가 순식간에 ‘벼락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땅집고와 만난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삼토시는 “이재명 정부의 6.27 대출 규제는 문재인 정부의 12·16 대책과 달리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초 체력이 완전히 달라 같은 규제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전세가율과 주택구입부담지수를 근거로 “상급지 전세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로 실거주 가치에 비해 매매가가 과도하게 높게 형성됐다”며 “이른바 ‘버블 국면’에 들어섰다”고 했다. 또 “투자가치가 실거주 가치를 압도하는 구조가 고가 지역에서 특히 심화했다”며 “이번 규제가 상급지 수요를 막고 중급지로 풍선 효과를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토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1년 급등과 2022년 조정을 예측한 전문가다. ‘부동산 변곡점이 왔다’, ‘상급지 입성 마지막 기회’ 등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신간 ‘부동산 시장이 재편된다: 이재명 시대 부동산’을 통해 시장 흐름과 함께 정책 변수를 짚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6·27 대출 규제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수도권 전역의 유동성을 정면으로 조이는 대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12·16 대책이 ‘15억 초과 대출 금지’였다면 이번엔 한도를 6억원으로 크게 낮췄다는 점이 핵심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6억원 이상을 초과한 거래 비중이 상급지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상급지 위주로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을 하반기 계획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방향도 눈 여겨 봐야 한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이자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9·7 공급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내세운 135만 가구 공급 공약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앞선 문재인·윤석열 정부도 대규모 공급을 약속했지만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더 불리하다. 2024년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가 평당 843만원으로 2020년 대비 60% 올랐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까지 반영되면 건설사 부담은 더 커진다. 이런 환경에서 135만 가구 공급은 사실상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두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도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6·27 대책 발표 이후 8월 말까지 두 달간 신고된 주택 거래량은 시행 전인 6월과 비교해 50% 이상 줄었다. 신고 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상당히 큰 폭이다.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은 상급지 수요를 직접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6억원 초과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성동·서초·용산·마포 순이었다. 규제 발표 이후 강남구와 송파구의 거래 감소가 두드러진 반면 은평구와 관악구는 감소폭을 줄였다. 핵심지일수록 규제 충격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로 초양극화 현상은 일정 부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 부족은 얼마나 심각한가.
“수도권 착공 물량은 2021년 23만6000호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0만2000호까지 급감했다. 2024년 15만1000호로 반등이 있었지만 유의미하지 않다. 올해도 6월까지 6만호에 불과하다.
착공 3년 뒤 입주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대규모 공급 이후 2025~2026년에는 입주 절벽이 불가피하다. 2027년 소폭 반등했다가 2028년 다시 줄어드는 흐름이 예상된다. 3기 신도시 공급도 요원해 당분간 대규모 물량 공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금리 인하도 예고됐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하나.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리 인하를 계속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6.27 대책은 금리 인하에 앞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 규제로 인한 시장 안정 흐름을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유동성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칠테지만 공급 절벽 또한 예고된 상황이다. 유동성이 확대하고 공급이 부족한 환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상급지는 이미 고점에 다다랐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상급지는 그간 급격하게 오르면서 펀더멘털 대비 초과 상승이 이뤄졌다. 상급지에서는 보유자들이 매도를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3구 전세가율이 40%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상급지의 경우 특히 주거가치보다 투자가치가 너무 과도하게 반영됐다.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이 학습효과로 작용한 탓이다.
다만 버블이 꺼진다고는 단정할 순 없다. 향후 전세가율 향방도 따져봐야 한다. 상급지 상승세가 주춤하긴 하겠으나 풍선효과로 중급지 가격이 상승해 상급지와의 갭이 줄어들면 매수세는 시차를 두고 다시 상급지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반면 그 외 지역은 상급지와 중·하급지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진 상황에서 풍선 효과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중위값이 15억원 정도인데 그 구간에 걸친 지역이 대상이 될 것이다. 상급지와의 갭을 메울 가능성이 높으니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고 했는데.
“이재명 정부가 과거 정권과 달리 ‘다주택자 규제 완화’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양극화 해소에 대한 의지가 정말로 있다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선행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현상 파악 능력과 정책 실현 의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만약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대폭 강화할 경우 2026년 만료를 앞둔 주택임대사업자 물건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질 것이다. 세금 부담으로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매물 소화가 쉬운 상급지와 매물 적체가 심한 중·하급지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반면 보유세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완화한다면 주택임대사업자 물건 출회 가능성은 낮다. “
-대구와 울산에 주목했다.
“대구는 역대급 공급 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구는 2023년, 2024년 각각 3만2000호, 3만5000호라는 역대급 입주 물량이 집중되면서 과잉공급으로 매매가가 급락한 상태다. 동시에 착공물량은 2023년 1000호까지 급감했다. 2024년 역시 5000호에 불과하다. 가격은 추락했는데 공급이 없는 ‘매력적인 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울산은 완연한 상승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 2023년을 기점으로 조선업이 부활하면서 울산 고소득자 수가 전국 시도 중 9위까지 상승했다. 2022~2023년 동안 GDP 성장률은 12.7%를 찍었다. 광역시 중 단연 1위다. 분양을 하면 받아줄 수요자가 있고, 전세가율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매매가를 끌어올려줄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유지인 인턴 기자 youi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