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누워 지내던 어르신도 벨포레스트에 오면 앉아서 식사를 하십니다. 방과 거실, 프로그램실을 집과 카페, 병원처럼 오가면서 대화량과 활동량이 늘거든요. 벨포레스트는 하나의 도시나 다름없죠.”(황문영 벨포레스트 사무국장)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강일역 2번 출구로 나오자, 지상 5층짜리 주황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1층 유리창 너머로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들이 웃으며 박수치는 모습이 보였다. 제약회사 종근당이 2021년 8월 선보인 요양원 ‘벨포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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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양원은 전체 84실이 화장실을 갖춘 1인1실로, 다른 요양원보다 이용료가 꽤 비싸다. 월 3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입소 대기자만 300명이 넘는다. 부모를 모시려는 자식들 사이에는 ‘집 같은 요양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요양사업을 준비하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에겐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역세권에 병원도 코앞…하나의 도시처럼 운영
벨포레스트가 오픈 4년여만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도심에 위치한 입지 여건과 전문인력의 밀착 돌봄 서비스를 꼽는다.
벨포레스트는 지하철역과 붙어 있어 입지가 나무랄데 없다. 강남에서 차로 30분이면 도착한다. 자녀들이 수시로 오가며 부모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까지 차로 8분이면 닿는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골든타임 사수가 가능하다.
독특한 공간 구조도 눈길을 끈다. 벨포레스트는 층마다 TV와 쇼파를 갖춘 거실과 프로그램실이 있다. 어르신들이 지내는1인실 10~16개가 거실을 둘러싸고 있다. 이른바 ‘유닛케어(Unit Care)’ 방식이다. 일본 고령자주택에서 차용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벨포레스트가 처음 도입했다.
거실 중간 통로엔 의자가 있어 창밖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거실엔 전담 직원 3~4명이 머무르면서 어르신을 돌본다. 황문영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요양원은 하나의 도시, 유닛은 그 안의 작은 마을”이라며 “어르신들은 옆 집에 마실가듯, 옆 방에 친구를 만나러 가고 다양한 공간을 오가면서 근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벨포레스트는 ‘오늘이 가장 즐거운 하루’라는 모토 아래 치매나 인지 장애 어르신도 운동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도록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어르신이 하루 2개 이상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1주일에 14개다. 요양원 시설평가 기준보다 배 이상 많다. 이를테면 어르신들이 둥글게 모여 공을 주고 받거나 중간중간 등근육 스트레칭을 한다. 다트 던지기나 컵 쌓기 같은 프로그램도 매일 진행한다.
◇전문인력 충분히 확보…결국 서비스 경쟁력이 중요
이 같은 서비스는 전문 인력을 넉넉하게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원 84명에 간호사·재활치료사 등 돌봄 인력만 모두 78명이다. 최소 인력 기준보다 간호사는 2배, 요양보호사는 1.2배 각각 많다. 대개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는 것과 달리, 전 의료 인력을 간호사로 꾸렸다. 이미숙 벨포레스트 원장은 고려대 병원 중환자실부터 요양병원까지 두루 거친 베테랑 간호사다. 그는 “대다수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는 것과 달리 충분한 인력을 확보했다”며 “어르신이 직원들과 라포(상호신뢰)를 형성하고 안정감을 느끼려면 직원 근무 환경부터 편안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제2의 벨포레스트’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20% 이상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를 맞았지만 시니어 케어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력을 갖춘 고령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만 보고 요양업에 뛰어들면 쓴 맛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 원장은 “요양사업은 제조업과 달리 반복해서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게 어렵다”면서 “고령자를 돌본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적지 않다”고 했다.
요양원은 공간 설계 잘못으로 인력을 더 쓰게 되면 손실이 배로 커진다. 황 사무국장은 “장기요양수급 시장은 매출이 정해져 있어 손실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 손익구조가 달라진다”면서 “요양업 성공 여부는 ‘수요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어떻게·꾸준히 제공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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