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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파트인데,저렴한 전세 넘쳐나요".. 천지개벽 신림뉴타운 마피 매물 쏟아진다[르포]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5.09.17 06:00

[입주단지 분석] ‘가성비 뉴타운’ 주목받았지만…전세 수요 씨말랐다 l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땅집고] 16일 서울 대표 가성비 뉴타운으로 꼽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뉴타운 내 첫 분양단지이자 올해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를 찾았다. 신림3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다. 역사(驛舍)명을 단지 이름에 붙였지만, 실제 역에서 단지까지 체감 거리는 상당했다.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내리면 단지까지 오르막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총 1.3㎞로 걸어서 20분이 넘게 걸렸다. 단지에서 지하철 2호선 신림역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12분 걸린다.

고시생으로 가득했던 신림동 일대가 재개발 사업을 통해 천지개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7개 구역 모두 개발을 마치면 총 1만3000가구 규모 대규모 뉴타운으로 거듭난다. 그런데 첫 입주단지인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에서 계약금을 포기한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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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들어선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신림3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배민주 기자


◇급매 증가, 세입자 못 구해 잔금 납부 어려워

이 단지는 입주를 시작한 지 넉 달 만에 전용 84㎡ 매매가가 8억80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마피는 최대 8000만원이 붙었다. 해당 평형은 2023년 최고 분양가가 10억원을 돌파해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청약 경쟁은 치열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세입자를 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손실을 감수한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는 지하 4층~지상 17층, 8개동 총 571가구 규모다. 전체 평형은 전용 30~84㎡로 구성했으며 주력 평형은 전용 84㎡다. 59㎡는 최근 7억원대에 매매 거래되고, 전세가는 4억 중반에 형성됐다. 84㎡는 매매가가 8억~10억원, 전세 호가는 6억~7억원에 걸쳐 있다.

인근 기축 단지와 비교해서도 ‘가성비’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준공한 신림동 ‘벽산블루밍’ 84㎡ 매매가는 7억3500만원으로 약 20년의 연식 차이가 나는데도 가격 차이는 1억5000만원 정도밖에 벌어지지 않는다. 2007년 지은 ‘신림푸르지오2차’도 7억 초반대 가격으로 가격 차이가 2억도 채 되지 않는다.

재개발 과정에서 ‘저렴한 새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투자자들과 일반분양 당시 계약금 10%만 걸고 들어온 소액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을 내놨다. 신림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 전세금으로 잔금을 막으려던 집주인들이 대출까지 막히면서 이중고에 처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낮춘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규제도 불을 지폈다. 지난 6·27 대책으로 수도권 전역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1주택자의 전세자금 대출까지 차단됐다. 현장에서는 “매매와 전세가 동시에 마비됐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인근 도로 모습. 왕복 4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신림2구역과 맞붙어 있다. /배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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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세권 프리미엄 없고, 노후한 인프라

학군이 취약한 점도 아쉽다. 신우초를 품은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단지다. 중학교는 광신중, 고등학교는 광신고, 미림여고 등으로 통학한다. 강남·목동과 같은 전통적 학군지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크다.

부족한 학군을 받쳐줄 사교육 인프라도 빈약하다. 신림 일대는 고시촌으로 상징되던 지역이라 초·중등 학원가 기반이 취약하다. 대치·목동 학원가와 비교하면 선택지가 적고 입시 특화 학원도 드물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학세권 프리미엄’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가구당 주차대수는 1.1대다. 최근 짓는 신축 아파트(1.3~1.5대)와 비교하면 주차 공간이 협소한 편이다. 주차난이 우려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3구역 단지 자체만 놓고 보면 입지 매력이 떨어지지만 전체 신림뉴타운 개발이 가시화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신림1구역은 내년 분양을 준비 중이고, 신림2구역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신림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상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의 가격 반등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 신림2구역이 착공에 들어가면 국평 분양가가 14억원 안팎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3구역 단지가 거래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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