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강 위에 둥둥 뜬 건물 두 채, 250억짜리 갤러리 직접 가보니…[르포]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09.16 06:00


[땅집고] 지난 15일 오후 찾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자양역. 남쪽으로 한강과 뚝섬유원지를 끼고 있는 이 역 2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걷다 보니 한강물 위에 똑같이 생긴 건물 두 채가 둥둥 떠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달 롯데건설이 250억원을 들여 완공한 것으로 알려진 자사 홍보관 ‘르엘캐슬갤러리’다. 외관을 유리로 마감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한강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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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롯데건설이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 일대 한강 위에 플로팅 아일랜드 방식으로 건설한 ‘르엘캐슬갤러리’ 건물. /이지은 기자


국내 건설사마다 자사 주택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시관을 주로 강남권에 짓곤 한다. 강남이 대한민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인 만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주택 홍보전시관을 물 위에 지은 것은 이번 ‘르엘캐슬갤러리’가 최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도 기존 갤러리는 강남권인 서초구 서초동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 건물 임대차계약이 만료돼 새 장소를 찾아야 했고, 롯데건설이 시공한 핵심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와 청담르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바로 성수·뚝섬 일대라는 생각에 수상 갤러리라는 다소 독특한 장소 선정을 보여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땅집고] ‘르엘캐슬갤러리’ EAST동(왼쪽)과 WEST동 건물. /이지은 기자


‘르엘캐슬갤러리’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를 끼고 있는 한강물 위에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 방식으로 건설됐다. 수상 구조물을 만든 뒤 이 위에 건물을 올리고 육지와 연결한 기법이다. ‘EAST’동과 ‘WEST’동 두 개 건물로 구성하며, 모두 최고 4층 높이다. 임대차계약에 따라 롯데건설은 앞으로 20년 동안 한강 위 공간을 활용한 갤러리를 운영할 권리를 갖는다.

두 건물 중 한강변 도로와 연결된 출입문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EAST동은 롯데건설이 분양한 주택·상가와 관련한 홍보관으로 주로 조합원이나 계약자가 방문한다. 이날 연결 통로에는 ‘잠실 르엘 상가 조합원 계약 장소’라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오른쪽 WEST동은 롯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 활동을 하며 활용하는 건물이다. 내부에 각종 시설물과 영상관을 설치해 롯데건설의 시공 기술력과 성공 사례 등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홍보를 진행한다. 롯데건설이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을 재개발해서 짓는 총 222가구 규모 고급 주택 단지인 ‘르엘 어퍼하우스’와, 현재 수주를 위해 공들이고 있는 재건축 사업지인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4차 관련 홍보도 이 곳에서 진행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을 분양·홍보할 때 마다 매번 모델하우스를 짓고 철거하기를 반복했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르엘캐슬갤러리’에서 사이버 영상 홍보물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완공 예상 모습 등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르엘캐슬갤러리’ 내부에 롯데건설 로고가 적혀 있다.


[땅집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적용해둔 ‘르엘캐슬갤러리’ 내부.


현재 ‘롯데캐슬’이나 ‘르엘’ 조합원이 아닌 이상 사전 예약 없이 ‘르엘캐슬갤러리’를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단 출입을 막기 위해 각 건물 1층마다 보안요원이 근무 중이다.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매일 오후 2시, 4시, 6시 총 세 차례 방문 예약이 가능하도록 설정해뒀다. 수상 부유 구조물인 만큼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릴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 회차당 20명씩 선착순으로 예약을 제한해둔 것이다.

건물 중 일부 공간은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다. WEST동 1~2층에 복층 구조로 마련한 ‘엔젤리너스 르엘캐슬갤러리점’ 카페다. 롯데그룹의 식품유통 계열사인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젤리너스 브랜드를 입점시켜둔 것. 총 218석으로 공간이 널찍하고 한강뷰가 가능한 카페라 벌써부터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차별화를 위해 일반 엔젤리너스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선셋718에이드 ▲티라미수 아이스크림 ▲마스카포네 밀크아이스크림 등 메뉴를 마련해뒀다.

[땅집고] ‘르엘캐슬갤러리’ WEST동에 입점함 엔젤리너스 매장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 /이지은 기자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뚝섬유원지 일대 한강 위에 갤러리를 지어둔 데 대해 독특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롯데건설이 수주 목표 지역으로 여의도·목동 등을 노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동떨어진 입지 선정으로 느껴진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뚝섬유원지는 롯데건설의 시공 걸작인 롯데월드타워와 청담르엘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한강공원이라고 하면 다들 여의도·반포를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 5년 평균 방문 인구를 계산하면 뚝섬 일대가 1위라 홍보 효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시민 모두가 향유하는 공간인 한강 위에 건물을 지어둔 만큼 ‘르엘캐슬갤러리’를 공적으로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엔젤리너스 르엘캐슬갤러리점을 마련해 시민 누구나 건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고, 추후 행사 등 대관 요청도 공공성을 갖췄다면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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