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적자 늪' '인력난' LH,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 전부 도맡을 수 있나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09.14 06:00

[땅집고] 이재명 정부가 첫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 담긴 방안 중 집이 특히 부족한 수도권에선 공공택지를 더 이상 민간기업에 팔아넘기지 않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해 2030년까지 7만5000가구 이상을 짓겠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지난 7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수도권 공공택지 사업주체를 민간에서 LH로 전환하는 경우 사업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공급 속도가 빨라지고,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이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경우 부동산 호황기에는 주택을 활발히 개발해 막대한 분양 수익을 가져가지만, 지금같은 불황기에는 주택 공급을 지연하거나 중단하면서 수급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LH에 개발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스1


이번 대책에 따라 수도권 19만9000여가구 규모 공공주택용지는 앞으로 민간이 아닌 LH가 직접 개발을 맡게 된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6만가구 착공이 목표다.

이 6만가구는 LH 직접 시행 전환분 5만3000가구와, 용적률 상향 등 조치에 따른 추가 확보분 7000가구로 구성한다. LH가 토지를 제공하되 설계·시공은 민간에 맡기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고, 단지명에는 LH의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 등이 아니라 사업에 참여한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를 달 방침이다. 이렇게 확보한 물량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고 개발이익은 공공이 환수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LH가 그동안 공공택지를 팔아서 거둔 현금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온 점을 고려하면 직접 시행 전환 방식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LH 부채가 160조원에 달하는데, 향후 5년 동안 최소 14조원 규모 추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LH가 택지 매각 대금으로 인한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정부 예산으로 주택 공급에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적자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H가 업무 과부하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은 물론이고 전세 사기 대책, 미분양 아파트 매입, 교통 대책 등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을 모두 LH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LH 임직원은 총 901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1~2024년 총 4년여 동안 8800~89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직원 수가 소폭 늘긴 했지만, LH 임직원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이 터져 구조조정을 거치기 전인 2020년 1만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업무량 대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대책에 따라 LH가 직접 주택 공급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민간 사업체보다 수익률과 분양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을 개선하고 분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다만 LH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활용 가능한 부지가 한정적인 만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전략적으로 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전공지도교수는 “이번 9·7 공급대책은 지금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민간의 사업성 한계를 공공인 LH가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공급 실현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장기 프로젝트라 실효성에 의문이 들며, 국민들은 이번 대책을 공급 확대보다는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 정책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교수는 “앞으로 정부가 전담 태스크포스팀 등을 구성해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주고, 현재 사업 진행 중인 지역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관리해야 정책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했다./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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