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엉망진창 된 골프장의 구원투수는 조선잔디…폭염과 폭우에 망가진 양잔디 몰락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09.12 06:00

폭염에 취약한 양잔디
제주 이어 남해에서도 잔디 교체

[땅집고] 올 여름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골프장 풍경이 달라졌다. 국내 고급 골프장들이 주로 사용해 온 서양 잔디인 양잔디(한지형 잔디)가 더위에 속절없이 타들어가자, 조선 잔디(난지형 잔디)로 교체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작된 ‘잔디 교체’ 바람이 내륙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땅집고] 강원도에 위치한 한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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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골프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5곳이 넘는 골프장이 최근 이상기온으로 잔디 교체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장 잔디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양잔디는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품종으로, 한국의 여름처럼 고온다습한 날씨에는 매우 취약하다. 아무리 최고급 골프장이라도 여름철 폭염 앞에서는 잔디가 누렇게 뜨거나 병충해에 노출돼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쏟아져도 속수무책이다.

반면 조선 잔디는 한여름에도 왕성한 생육을 자랑하는 '토종' 잔디다. 양잔디가 가장 잘 자라는 온도가 16~24도인 데 반해, 조선 잔디는 27~35도에서도 끄떡없다. 이러한 내열성과 관리의 용이성 덕분에 많은 골프장이 양잔디를 포기하고 조선 잔디로 회귀하고 있다.

제주·남해 일대에선 잔디 교체가 흔한 풍경이 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바닷가 코스인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장은 지난 3월 모든 코스의 양잔디를 조선 잔디의 한 품종인 금잔디로 교체했다. 제주도 더클래식CC, 경남 남해 아난티남해CC 등도 양잔디를 걷어내고 조선 잔디를 심었다.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장은 “기후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잔디도 ‘생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양잔디의 고급 이미지보다는 운영 안정성과 생육 적합성을 고려한 난지형 잔디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골프장의 90%가 양잔디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5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열대성 기후가 북상하며 제주도에 이어 남해안 지역까지 무더위가 일상화되자, 더 이상 양잔디로는 골프장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잔디 교체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조선 잔디로 교체하는 데만 18홀 기준으로 5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선 잔디가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들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더라도, 매년 반복되는 관리 부담과 잔디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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