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분양해 ‘로또 아파트’로 불린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 청약에서 84점 만점 통장이 나왔다. 7인 이상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으로 버텨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역대급 점수가 공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위장전입 아니냐” “믿을 수 없다” 등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실제로 바로 옆 단지인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에서는 수십 건 부정 청약 사례가 적발됐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잠실 르엘’ 전용 74㎡C 평면의 당첨 최고 가점은 84점이다. 이는 올해 수도권에서 만점이 나온 첫 사례(공고일기준)다. 청약 점수는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이어야 한다.
전용 74㎡B와 59㎡B, 51㎡ 3개 평면의 당첨 최고 가점은 79점이었다. 무주택 기간과 총약통장 가입 기간을 다 채우면서 부양가족이 5명 이상일 때 받는 점수다.
최저 가점은 전용 51㎡ 유형에서 나온 70점이다. 최저 가점이지만,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 69점보다 높다. 사실상 4인 가구 만점자 마저 당첨권 순위 밖이라는 말이다.
최저 가점과 같은 점수를 보유했으나, 예비 번호를 받은 사례도 있다. 동점일 경우에는 청약통장 가입일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잠실 르엘’ 59㎡B 한 청약자는 “같은 74점이라도 결과가 다르다”라며 “2010년 이전 통장을 보유한 동점자가 당첨됐고, 저는 예비 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당첨 가점 공개 이후 높은 점수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심섞인 반응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네티즌 A 씨는 “현금도 많은 7인 가족이 15년 무주택으로 산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대가족이 30평도 안 되는 집에 사는 것도 더욱 믿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100% 위장 전입일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해서 전입신고만 해둔 게 아닌 지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위장 전입은 부정 청약 대표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부정 청약자를 골라내기 위해 실거주 확인 등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서울 6개 단지에서 적발한 부정 청약 166건 중 무려 165건이 위장 전입이었다고 밝혔다.
부정청약 1위 단지는 2024년 7월 분양 당시 최대 2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인기를 끌었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다. 일반 분양 물량 292가구 중 41가구(14%)가 위장전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위는 서초구 내 다른 단지인 '디에이치 방배'로, 46건 모두가 위장전입이었다.
3위는 ‘잠실 르엘’ 옆 단지인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였다. 부정청약이 35건을 기록했다. 위장전입이 34건이었고, 위장결혼·이혼이 1건이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