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 하반기 서울 강북권 최대 정비사업으로 평가받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이하 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이 입찰지침 논란으로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나선다. 현재 이 현장에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한 건설사에게만 유리한 입찰지침이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으며 경쟁입찰이 성사될 지에 업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성수1지구 조합은 9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 선정 입찰 취소에 대한 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후 대의원회를 통해 기존 입찰 취소 안건을 처리한 뒤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7개 건설사에 재입찰 공고를 통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합은 지난 4일 대의원 회의에서 ‘기존 입찰지침 유지’ 결정이 남았음에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찰지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수정 입찰지침서에서는 ▲‘추가 이주비’ 한도 삭제 ▲로얄층·로얄동 배정 허용 ▲자금 상환 순서 조정 ▲입찰 해석 권한 축소 ▲공사 범위 명확화 등이 담겼다.
가장 큰 논란이었던 ‘이주비 대출은 담보가치(LTV) 100% 이내로 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타 구역과의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조합원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대신, 담보 초과 시 조합원 간 연대책임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해 안정장치를 마련했다. 입찰 무효 소지가 있다며 논란이 됐던 ‘조합원 로얄층 배정 금지’ 조항도 삭제한다.
기존에는 대형 평형 조합원들에게만 적용하던 환급금 우선 지급 조항을 삭제하고, 사업비 상환을 모든 조합원에게 우선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조합이 일방적으로 입찰 내용을 해석할 수 있던 조항도 조정한다. 단,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 제30조 준수’ 문구 삭제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다. 정비사업지에 공통 적용하는 법규를 삭제할 경우 불법 제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동안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조합 입찰지침은 일반경쟁입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 시공사가 제안할 수 있는 경쟁력과 시공 능력을 제약한다”며 조합의 입찰지침에 정면으로 반대 입장 보여왔다. 두 건설사는 지난달 29일 현장설명회에 불참하고, GS건설만 조합의 입장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며 GS건설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그러나 이번 입찰지침 수정으로 경쟁입찰에도 희망이 생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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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성수1지구 조합 집행부가 논란의 입찰지침을 빠르게 수정한 것은 비대위가 추진 중인 ‘조합장 및 임원 해임 발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쟁입찰 대신 GS건설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지자 조합 집행부에 대한 반대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조합 집행부에 대한 반발로 뭉친 비대위가 조합장 해임발의서를 걷자, 조합 집행부가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 대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 성사 여부는 한 달 뒤 새 입찰지침이 확정된 이후 결정될 것”이라며 “편향적인 입찰지침에 비춰봤을 때 조합 집행부의 입장은 명확하기 때문에 향후 새 시공사 선정 절차도 기존과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입찰지침을 확정하는 시간 동안 해임발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두 상황을 지켜보면서 입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사 관계자는 각각 “입찰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성수1지구는 재개발을 통해 지하 4층~최고 69층, 17개동 301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총 공사비만 2조154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현장이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