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남발, 집값 폭등 책임 독박쓰겠다는 이재명 정부
윤석열 정부의 공급 절벽까지 현 정부가 책임지겠다?
[땅집고]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했지만, 출범후 보여준 2번의 주택 정책은 ‘실용’은 물론 정무 감각과 경제 감각을 상실한 ‘3무 대책’이다.
마치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듯 일요일 기습적으로 발표한 ‘9.7공급대책’은 연간 11만 가구의 주택을 수도권에 추가공급 하겠다는 공급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예산, 토지확보 등 로드맵이 없는 선언적 내용이다. 사상 최대의 주택 공급을 선언했지만, 사상 최악의 공급절벽을 초래한 윤석열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따져묻고 싶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정책들을 모조리 끌어 모아 재활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공급목표를 제시했던 과거 정부와 달리, 착공을 기준으로 공급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 정도가 차이다. 마치 대단한 진보가 이뤄진 것처럼 자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승자박의 독약이 될 수 있다. 인허가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바꾼 것은 현실을 모르는 공상적 발상이다. 업체들이 인허가는 미리 받아두지만, 착공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시기를 조절한다. 집값이 하락하면 건설업체들은 착공을 미룬다. 분양가를 높게 받고 완판이 가능한 부동산 시장 과열기가 되어야 착공이 가능하다. ‘9.7대책’은 집값 안정 대책이지만, 대책에서 내세운 정도의 물량을 채우려면 집값이 폭등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계획경제하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목표를 시장 경제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정책인 6.27대책부터 정무 감각을 상실한 아마추어 정책이었다.
우선, 정권 출범 한달도 되지 않아 초강력 규제라는 평가를 받은 ‘6.27 대책’을 내놓은 것부터가 정무 감각의 상실을 보여준다. 당시 집값은 강남권 등 일부지역에 한정된 것이었다. 정권을 흔들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탄핵으로 인해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게 집값 상승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공급폭탄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공약했지만 공급 절벽을 만든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공격하면 그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와 재지정으로 ‘오쏘공‘이라는 비판을 받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책임도 돌릴 수도 있었다. 윤석열과 오세훈시장에게 책임추궁을 할 수 있는 올해의 집값 급등에 대해 6.27 대책 발표로 앞으로 집값 폭등은 고스란히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 된다. 이재명 정부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비난 독박을 쓰겠다는 선언이 6.27 대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적 치적에 찬물을 끼얹은 대책이 6.27대책이다. 12조가 넘는 돈을 들여 민생쿠폰까지 발행하며 경기살리기에 나선 이재명 정부에 경제 성장률 반토막을 선사한 대책이 6.27대책이다. 대통령이 민생경제 살리겠다고 동분서주하는데 정반대 방향의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6.27대출규제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반토막 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주택경기는 전체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택가격을 때려 잡겠다고 대출 세제 등 마구 규제를 하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아직도 지방 미분양과 PF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무작정 집값 잡겠다고 강성정책을 펼치다간 2021년 중국꼴이 날 수 있다. 당시 중국은 집값 잡겠다고 대출 규제 등을 남발했다가 부동산 건설업체 연쇄부도로 이어지면서 경체 침체로 이어졌다. 규제를 한 후 1년도 되지 않아 부양책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침체의 상흔에 중국이 시달리고 있다. 대출 규제 함부로 휘두르면 마이너스 성장률로 전략할 수 있다.
솔직히 저금리가 본격화되면 이재명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든지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 주택가격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현상이다. 주택가격은 금리, 인구, 환율,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 등 경제현상의 결과이다. 전통적인 좌파들은 집값 문제를 투기의 문제로 치환해서 이데올르기 문제로 만들어버렸다. 2020년~2022년 코로나 시기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도시의 집값이 동시 폭등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미국을 필두로 주요 국가들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글로벌 주택시장이 과열됐다. 그런 글로벌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고 집값 잡겠다고 다주택자와 전쟁을 벌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결국 퇴임 때 “문제는 저금리였다“고 실토했다. 우물안 개구리식 인식으로 임기 내내 유령과 전쟁을 벌였고 퇴임하면서 그 유령이 금리였다고 토로한 것이다. 무식하면 무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정부라면 시장과 세상 물정을 아는 전문가에게 정책 조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처럼 유령과의 전쟁으로 허송세월할 것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