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 초부터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하반기부터 전국 15개 점포 문을 차례로 닫는다.
우선 수원 원천, 대구 동촌, 부산 장림, 울산 북구, 인천 계산 5개 점포는 11월 16일 폐점한다. 나머지 10개 점포는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입점 점주와 근로자들, 점포를 보유한 건물 투자자에게까지 손실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 조치에 나섰다.
◇ 홈플러스 내년 5월까지 15개 점포 줄폐점
홈플러스 대형마트는 작년 말 126개에서 이날 기준 123개로, 익스프레스(슈퍼마켓)는 308개에서 300개로 줄었다.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15개 점포와 별개로 앞서 폐점이 결정된 9개 점포도 문을 닫고 있다.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점포 10곳은 서울 시흥점, 서울 가양점, 일산점, 안산고잔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이다.
대형마트가 수십 개 씩 사라지면서 대형마트로 지역 주민의 생활이 불편해지고,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임대점주의 피해도 만만찮다. 여기에 더해 이 점포들 대부분은 금융사들이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어서 금융사까지도 손실이 퍼지고 있다.
화성동탄점은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로 보유하고 있는 매장 중 하나이며, 울산남구점은 유경PSG자산운용이, 천안신방점은 삼성SRA자산운용이 펀드로 보유 중이다.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은 DL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시흥, 가양, 일산, 안산고잔점은 MDM자산운용이 펀드로 보유한 자산이다. 모두 임대료 조정이 결렬되면서 문을 닫게 생겼다.
◇입지 우수한 곳은 주상복합으로 개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중 입지가 우수한 점포는 이미 매각해 폐점시켰다. 대기업이 인수해 폐점후 재개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양천구 홈플러스 목동점이 대표적이다. 폐점 후 업무시설 조성을 위해 부지를 소유한 양천구가 현재 공개 매각을 결정했으며 하반기 입찰할 예정이다. 부천 상동점도 최근 폐점됐는데, 이 땅에는 롯데건설이 지상 47층 규모, 총1853가구 주상복합을 지을 예정이다. 그밖에도 서울 동대문점, 안산점, 부산 해운대점 등이 매각돼 업무 및 주거 복합단지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입지가 우수한 곳들은 폐점되더라도 재개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폐점 후 유령 건물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사모펀드가 과도한 차입 일으키면서 피해 키웠다” …금융당국도 제재 나서
홈플러스 사태가 일반 지역 주민을 비롯해 근로자, 투자자 등으로 일파만파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홈플러스를 추가 제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금융위원회와 함께 MBK파트너스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서면서 MBK파트너스에 검사의견서를 보냈다. 본격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인데 홈플러스의 불건전영업행위 여부에 따라 제재 수위가 정해질 전망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이 침해됐을 가능성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제재는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 중징계가 가능하다. 다만 중징계가 내려지더라도 현재 상황에서의 업계에 퍼지는 피해를 막긴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과도한 차입 구조에 의존하면서 점포 매각이나 부동산 펀드 구조화를 통한 단기 자금 회수에 치중해 본업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임대료 인상 문제는 리츠나 펀드를 보유한 금융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불편과 협력 업체의 피해로도 전이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키웠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