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붇이슈] 서울 월세 26달 연속 오르더니, 중위 값 96만원…”젊은 층, 월세 내느라 내 집 마련 힘들 것”
[땅집고] “1인 가구 증가, 무주택 가구 1000만 돌파, 서울 월세 계약 급증. 이런 현상이 맞물린 결과, 서울 월세가 26개월째 쉬지 않고 오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거 비용이 높으면 계층 격차가 점점 더 커진다는 거예요.”
‘1인 가구’가 2024년 1000만 가구를 돌파한 가운데, 이런 현상이 주거 양극화 심화 지표 중 하나라는 글이 올라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1인가구 1000만 돌파, 무주택 가구 1000만 근접이란 뉴스를 보면서 느낀 점’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필명 ‘숲사랑책사랑’을 쓰는 A씨는 주택 수요가 늘지만 공급이 적어 시장 가격(월세)이 올랐고, 이런 상황이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 모으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전망했다.
◇ 총인구 줄어드는데, 1·2인 가구 급증
그는 한국 인구가 최근 10년간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사이, 1· 2인 가구가 급증한 것에 주목했다. 수년간 700만명 대에 머물던 국내 1인 가구 수는 2024년 1012만명을 기록하면서 1000만 가구 시대를 열었다. 10년간(2014~2024년) 무려 43.5% 늘었다. 신혼부부인2인 가구(39%)나 부부가 자녀를 둔 형태인 3인 가구(5%)보다 높다. 같은 기간 4인 가구는 26% 줄었다.
A씨는 특히 2030세대의 분가가 무주택 가구 증가를 견인했다고 봤다. 주택 매도로 인한 무주택 가구보다 학업·취업으로 인한 무주택 가구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2030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것에 비춰볼 때,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으로 상경한 영향으로 보인다”며 “30대 1인 가구의 경우 미혼이라도 부모님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분가한 사례일 것”이라고 했다.
◇ “집 없으면 월세 내야”…무주택 1000만인데, ‘전세 실종’
무주택 가구 증가세는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에서 두드러진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서울 무주택 가구 비중은 51.7%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전국 시도 중 2년 연속 ‘나 홀로’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주택 가구는 961만8474가구로, 총 가구(2207만가구)의 43.6% 수준이다. 전년(954만1100가구)보다 0.81% 증가했다.
A씨는 “2030 직장인이 분가해 이동한 지역이 대부분 수도권일 텐데, 부모님 도움 없이 집을 사기 어렵다”며 “결국 전·월세 형태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전세 사기와 전세 대출 축소 여파로 서울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을 위해 목돈을 모아야 하지만, 매달 상당한 현금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직방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신규 계약 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 전세 비중은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59%)과 대비 7%포인트(p) 낮아진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1%에서 48%로 7%p 상승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오피스텔 ‘SK허브그린’은 2020년 총 25건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지난해 20건에 그쳤다. 그 사이 월세 건수는 25건에서 31건으로 증가했다. 월세도 올랐다. 전용 38㎡, 보증금 1000만을 기준으로 보면 2020년에는 월세가 90만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120만원까지 치솟았다.
◇ 서울 중위 월세 98만원…저축 언제 하나요?
A씨는 이러한 상황에 서울의 제한적인 주택 공급 기조가 이어지면서 월세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의 경우 가구 수가 늘고 있지만, 주택 공급이 적다”며 “결국 서울 월세 가격이 26개월째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월세는 하늘을 뚫을 기세다. 한국부동산원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종합 중위 월세 가격은 98만 원으로, 2015년 7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치다. 월세가격지수는 2023년 6월(0.01%) 전월 대비 상승 전환한 이후 2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A씨는 “2030세대 무주택 1인 가구가 최근 고공행진하는 월세로 인해 어떻게 돈을 모을지 고민하겠으나, 월급을 300만원으로 가정하면 한 달에 잘해야 100만원을 저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님 지원을 받은 젊은 층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주거 격차가 더욱 커지게 돼 씁쓸하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