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정보 알아보기)가 최고 49층, 5900여가구로 재건축된다. 그간 ‘35층 룰’에 가로막혔으나, 10년여 만에 주민이 원하는 계획에 따라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를 개최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최고 14층, 28개동 4424가구에서 지하 4층~지상 최고 49층 5893가구(공공주택 1090가구)로 재건축한다.
1979년 준공한 은마는 서울 강남권을 대표하는 노후 단지로 꾸준히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5년 주민들이 50층 재건축을 제안했으나, 당시 서울시 35층 규제에 막혀 2023년 정비계획이 최고 35층으로 결정된 바 있다. 그러나 낮은 사업성 탓에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35층 규제가 전면 폐지되면서 은마 재건축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구상을 짠 은마 재건축 조합은 올해 1월 정비계획 변경 자문 신청을 접수했다. 8개월만인 지난 1일 변경안이 수정가결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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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조합은 2023년에 도입된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며 속도를 높였다. 신통기획 패스트트랙 방식은 별도의 기획설계 없이 전문가 집단의 자문(3회 내외)을 거쳐 주민이 제안한 계획을 다듬은 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한다.
은마의 새로운 정비계획에 따르면, 단지 내 대치동 학원가과 학여울역 인근 2곳에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이 조성된다. 학원가 쪽 공원 지하에는 40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설치해 일명 ‘학원 라이딩’을 위한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응한다. 또 학원생들을 위한 개방형 도서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대치역 일대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4만㎥ 규모의 저류조를 설치한다. 미도아파트와 선경아파트에도 저류조 설치 예정으로, 강남권에 반복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예방이 기대된다.
단지 중앙에 남북방향으로 20m 너비의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한다. 재건축 정비계획이 결정된 미도아파트의 공공보행통로와 양재천을 가로지르는 입체보행교와 연계된 것이다. 대치와 개포를 잇는 생활권 연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은마 정비계획에는 공공분양주택 공급이 포함됐다. 공공분양주택을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것은 첫 사례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한 결과다. 공공임대 231가구, 공공분양 182가구를 공급한다. 향후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 등 세부 공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서울시는 속도, 공공책임, 삶의 질 개선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핵심으로 더 많은 집을 더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상징적인 프로젝트인 은마아파트의 금번 정비계획 변경 결정은 3가지 키워드가 잘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며, 용적률 완화로 추가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공급대상과 방법을 구체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은마 조합원들은 재건축 시 현재 소유 중인 아파트와 비슷한 면적을 선택하면 1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한다. 현재 84㎡(이하 전용면적) 소유주가 재건축 시 59㎡를 선택하면 6억2400만원, 74㎡를 선택하면 2억1300만원가량을 환급받는다. 동일 면적인 84㎡을 선택하면 1억35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정비계획안에 따른 분담금 1억2000만원(84㎡→84㎡) 대비 소폭 감소했다.
또 3.3㎡(1평)당 7700만원이던 일반분양가 추정액을 8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수 증가분이 적은 것을 일반분양 수익 증대로 상쇄하는 효과를 노렸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