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수도권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골프장 5곳의 본격적인 인수에 나섰다. 인수한다. 교직원공제회가 전액 출자할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기로 했는데 최근 운용사에는 캡스톤자산운용이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펀드 규모는 5000억원, 운용 기간은 30년이며, 레버리지를 활용할 경우 총 투자액은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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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는 단순한 자산 배분 차원을 넘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초호황을 누리다가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골프장 시장에 첫 대규모 장기 투자자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골프장 투자만을 목적으로 1조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가 조성되는 사례도 흔치 않다는 평가다. 골프장 거래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 교직원공제회 5000억 펀드 운용사, 캡스톤자산운용 선정
27일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골프장 인수 목적 펀드 위탁운용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캡스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만약 이곳이 펀드 운용사로 최종 선정되면 운용사는 펀드 최초 설정일부터 5년간 수도권, 강원, 충청, 영남, 호남권(제주 제외) 등 5개 권역의 골프장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공제회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프리미엄 골프장 5곳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제회가 5000억원을 전액 출자하고 담보인정비율(LTV) 50% 수준의 대출 5000억원을 합쳐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전망이다. 18홀 골프장 5곳을 인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곳당 평균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셈이다. 통상 지방 골프장의 경우 홀당 최소 30~40억원, 수도권은 100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 골프장, 할인매각·공매 속출…시장 변곡점에 대규모 투자 성공할까
교직원공제회는 9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했으며 약 75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공제회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전 당기순이익 1조518억원, 세후 7216억원을 남겼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11.1%였다.
국내 골프장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폭발적 수요 증가로 회원권 가격과 이용료가 급등하며 호황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대형 기관투자자의 투자 수요와 매물 공급이 맞물리며 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증시 회복과 해외여행 재개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영업이익이 정체·감소하는 구장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는 시기에 공제회가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것이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간 골프장 M&A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1조원을 넘기고 있다. 팬데믹 기간이지난2021년 이후부터는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들이 골프장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매매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
올해만 해도 애경그룹이 내놓은 경기 곤지암 중부컨트리클럽(CC)이 약 2000억원(홀당 100억원)의 가격에 더시에나그룹에 인수됐다. 최근 골프장 시장이 침체하며 일부는 경매에 나오는 매물도 있지만, 이번 거래는 수요가 높은 수도권 명문 골프장이라는 점 때문에 고가에 팔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른 거래들은 인수가격이 하향 조정된 곳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그룹이 CET1 비율 제고 압박으로 매각을 검토 중인 강원도 춘천의 파가니카CC는 홀당 80억원 수준이었는데 70억원대로 할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안성 파인크리크CC도 중부CC 거래 가격의 절반 수준에 팔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남 영암의 코스모스링스CC는 최저 매각가가 2060억원에서 시작해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1000억원 이하로 하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급등했던 골프장 몸값이 최근 들어 조정받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장기 투자가 가능한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수 타이밍이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다만 5년간 수도권·강원·충청·영남·호남 등 5개 권역에 분산 투자해야 하는 조건을 달아 리스크를 줄이면서, 대중제 전환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장기적 가치 상승 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