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풀대출로 산 5억 집 안 팔리자…"3700원 티켓 사면 집 줄게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08.31 06:00

[땅집고] 영국에서 평생 살아온 로우 크로프트 부부. 오랫동안 호주 이민을 꿈꿔왔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29만파운드(약 5억4150만원)에 달하는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워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한 온라인 경품 플랫폼을 발견하고 이곳에서라면 집을 팔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불특정 다수에게 한 장에 2파운드(약 3700원)짜리 티켓을 판매한 뒤, 이 티켓을 구매한 사람 중 하나에게 집을 경품으로 선사하겠다고 광고하는 방식이었다.

로우 크래프트 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이민에 필요한 항공권·비자 등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팔아야 하는 티켓은 총 20만장. 장당 3700원인 티켓을 팔아 약 7억4700만원을 모금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온라인 경품 플랫폼 측이 티켓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으로 90일을 준 결과, 결국 부부는 한 달 반 만에 티켓 한도를 채우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경품 방식을 통해 부부는 주택을 팔아 이민을 위한 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고, 당첨자 A씨는 한 순간에 방 5개짜리 대저택으로 내 집 마련하는 ‘로또’를 거머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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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영국의 온라인 경품 플랫폼 '래플'에 올라온 부동산 경품 중 하나. 5파운드를 내면 태국 해변가에 위치한 풀옵션 빌라를 내건 경품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래플 홈페이지 캡처


이 온라인 경품 플랫폼 이름은 ‘래플(Raffal)’로, 10년여 전 생겨났다. 래플은 경품 판매자가 판매해야 하는 티켓 최소 기준을 설정하도록 하고, 이 기준을 충족해야 낙찰을 결정한다. 만약 티켓 판매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판매 수익의 40%은 경품 주인이, 50%는 낙찰자가 가져도록 한다. 나머지 10%는 래플이 수수료로 받는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앞서 사례로 든 로우 크로프트 부부는 주택담보대출과 수수료를 모두 갚고도 9만파운드(약 1억6800만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부동산을 경품 추첨 형태로 판매하도록 지원하는 사이트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로콰스’(Loquax)다. 로콰스의 경우 지난해 주택 경품으로 총 118건을 등록했다. 그 결과 90건은 당첨자를 가리는데 성공했으나 23건은 티켓 판매량 부족으로 현금 지급에 그쳤다. 나머지 1건은 세부 정보 없이 종료됐으며 2건은 판매자에게 환불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경품 추첨 사이트를 통해 주택을 매도하는 방식은 아직 국내에서 생소하지만 분명한 이점이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 등 대내외적 여건이 좋지 않아 집을 팔기 어려운 경우,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티켓 구매자가 많을수록 주택 소유자 수익이 불어나는 구조라 일반적이 매매거래 대비 추가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수십만 분의 일 확률을 뚫고 주택을 거머쥔 당첨자 입장에서도 일생일대의 행운일 수 밖에 없다.

다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품으로 등장한 주택 위치가 낱낱이 공개되는 바람에 집주인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협박·위협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 무엇보다 경품 방식으로 집을 매매거래하는 경우 현행법이 다루는 부분에서 벗어나있어 향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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