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앙이 된 집값 폭등, 한국은 다를까

뉴스 임금진 기자
입력 2025.08.30 06:00

[땅집고] 튀르키예 부동산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믿기 어려울 만큼 폭등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집값은 약 11배, 월세는 13배 넘게 치솟았는데요. 이스탄불을 포함한 주요 도시 집값도 10배 이상 뛰었습니다. 단순히 부동산 가격만 보면 호황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땅집고] 2025년 1월 기준 튀르키예 전년 대비 주택 매매가격지수/출처: CBRT(튀르키예 중앙은행), 2025년 1월 Residential Property Price Index



튀르키예 집값을 보면 겉으로는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이는데요. 2025년 1월 기준으로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약 32% 상승했고, 수도 앙카라는 36.6%, 이스탄불도 29.6%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숫자만 보면 실제 상황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튀르키예는 최근 몇 년간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집값은 오히려 떨어진 것인데요. 물가를 반영한 전국 실제 집값은 7.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집값이 올랐지만 실제로는 내 집의 가치가 깎인 셈입니다.

불과 10년 만에 통화 가치가 20분의 1토막 난 것입니다. 이렇게 통화 가치가 무너지면서 집값이 아무리 11배 올랐다고 해도 달러 기준으로 따지면 오히려 60% 넘게 떨어진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부동산이 반값 세일처럼 보였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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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외국인 주택 소유 비중을 보면 2016년 1.4%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4.5%까지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다시 1.6%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환율 폭락을 틈타 외국인들이 대거 들어와 집값을 끌어올리고 차익을 챙긴 후 빠져나간 겁니다.

[땅집고] 튀르키예 외국인 주택 소유 비중/출처: IJRISS, Global Property Guide, 터키 통계청(TURKSTAT)


여기에 정부의 비정상적인 경제 정책도 문제를 키웠는데요. 에르도안 정부는 기준금리를 19%에서 10% 수준으로 대폭 낮췄고,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친정부 인사를 앉히며 통화 정책을 장악했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렸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통화 가치 붕괴와 물가 폭등으로 돌아왔습니다. 2022년 튀르키예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무려 75.45%에 달했는데요. 2024년 말에도 44.4%, 2025년 5월에는 35.4%를 기록하며 물가 불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식 통계보다 체감 물가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최저임금은 4년간 대폭 인상됐지만, 집값과 월세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제 주거 여건은 악화됐습니다. 수도 앙카라에선 서민들이 월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청년층은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하는 형태가 일상화됐습니다. 집값은 치솟고 생활비 부담은 저출산 문제로 이어졌는데요. 튀르키예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2.1명에서 2023년 1.5명으로 급락했습니다. 무슬림 국가 중에서도 최저 수준입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면서 국가의 미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겁니다.

[땅집고] 튀르키예 최저 임금과 집값 상승 추이/출처:CBRT(튀르키예 중앙은행), 기준: 2018년 1월=100



정치 불안도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정부는 언론·군부·사법부를 장악했고, 2025년 3월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몰루가 체포된 뒤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불안이 커지자 단 3일 만에 리라화 가치는 약 13% 폭락. 외환보유고도 수십억 달러 규모로 빠져나가며 경제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도 일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건데요. 2018년 원 달러 환율은 약 1060원이었는데 2025년 7월 현재 약 1360원으로 올랐습니다. 환율은 올랐지만 원화 가치는 하락한 건데요. 강남 집값은 2018년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원화 가치 하락을 감안하면 달러 기준으로는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집값을 달러 기준으로 따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외국인 투자자나 국제 자본 입장에서는 이런 기준이 중요한 만큼 한국 부동산도 환율 흐름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튀르키예 사례는 분명한 경고를 줍니다. 부동산 가격만 보고 낙관할 게 아니라 통화 가치, 실질 자산, 청년 주거 안정, 출산율, 정치·경제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합니다. 집값 11배 오른 나라의 최후를 결코 남의 일로 넘겨선 안 됩니다. /im-g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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