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지옥 시대 온다] 갭 투자 지고, 월세 대폭등…6·27대책 성공적?

[땅집고]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에서 갭투자로 의심되는 거래가 약 87% 급감하고, 강남구에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 고액 월세 거래가 늘고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고가 주택뿐만 아닌, 강북 서민 주택에서도 3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월세 거래가 신규 계약돼 하반기 ‘이사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개포동 아파트, 2년 만에 월세 2배 폭등…강북도 월세 300만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132㎡(이하 전용면적). 지난달 27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0만원에 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 주택은 보증금이 3억원인 월세 거래가 2023년에 한 번 있었는데 당시에는 월 임대료가 550만원이었다. 2년 만에 월세가 2배나 오른 것이다.

용산구 한남동 하이페리온 2차 227㎡는 보증금 1억 5000만원에 월세가 2000만원에 신규 거래됐다.

강북 지역에선 월세가 500만원은 아니지만, 300만~400만원을 넘는 거래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84㎡는 지난 달 4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15만원에 계약됐다. 성동구 금호동1가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59㎡도 지난 달 10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에 월세 거래가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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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7253건 중 월세 500만원 이상 고액 계약은 146건(약 2%)으로 집계됐다.

연초 1%대 초반이던 비중이 7월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월세 300만원 이상 거래 비중도 연초 5%대에서 7.7%까지 증가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2.0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145.0) 대비 7.0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단기간 전월셋집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셋집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하반기 이사철 무주택 서민들이 이사대란을 겪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 하반기, 여유자금 없는 세입자는 주거 하향이동 불가피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는 세입자들이 새롭게 전세 계약을 맺을 때 현재 사는 곳보다 못한 집으로 주거 하향 이동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갭투자에 활용되는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고, 전세보증 비율도 90%에서 80%까지 줄였다. 통상 전세 신규 계약을 하면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보다 전세 대출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같은 조건의 집에 거주하려면 세입자가 비용을 더 지불하거나, 아니면 월세 전환 또는 더 조건이 좋지 않은 전셋집을 구해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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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인 2023년도에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모두 내렸는데, 이후 다시 올랐기 때문에 신규 계약을 하는 세입자 입장에선 보증금, 월세가 모두 오를 수밖에 없고 여유자금이 없는 경우 주거 하향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적용돼 서민들이 여유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