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지 분석] 강북 최고 분양가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6.27 규제 직격탄으로 구축보다 가격 낮아져
[땅집고] “왕십리역 초역세권에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달아 기대감이 컸지만 입주 시기가 하필 6·27 대책 직후와 겹쳤습니다. 잔금을 맞추기 위해 내놓은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매매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서울 성동구 행당동 ‘대원공인중개사’ 김대원 대표)
지난해 서울 강북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를 모았던 ‘푸르지오 라체르보 써밋’. 왕십리역 역세권 입지와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 적용으로 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막상 입주가 시작된 지금 현장은 의외로 조용하다.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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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는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지하 4층~지상 35층, 전체 7개 동, 총 958가구 규모로 조성했다. 용산을 제외한 서울 강북권에서 처음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단 아파트다. 당초 일반 푸르지오로 계획했다가 ‘써밋’으로 변경했다. 3.3㎡(1평)당 52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도 일었지만 실제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기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거래 실종, 올해 매매 단 4건
왕십리 일대 6년 만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이자, 1000가구 가까이 공급해 입주 시점에 매매·전세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완전히 엇나갔다. 현지 분위기는 잠잠하기만 하다. 이재명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시행 시기와 맞물리며 거래가 전무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이 단지에서 체결한 매매 거래는 4건에 불과하다. 24평(전용 59㎡)과 34평(전용 84㎡) 각각 두 건이다. 심지어 6·27 발표 이후에는 거래 실종이다. 일반분양 전매제한은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이 지난 다음달 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잔금 일정을 고려해 두 달 전부터 일반분양 매물도 거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출 규제가 발표되면서 찾는 수요가 없다.
이 단지 시세는 인근 구축 단지보다 낮다.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 입주권은 올해 5월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인근에 입주 6년차를 맞은 ‘서울숲리버뷰자이’의 같은 평형은 지난 6월 25억원에 거래돼 2억5000만원 더 비싸다.
성수동 신축 단지와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진다. 수인분당선 한 정거장 거리의 성수동1가 ‘서울숲아이파크포레’ 전용 84㎡는 최근 39억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면적임에도 무려 1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김대원 대원공인중개사 대표는 “성수동·서울숲 인기에 힘입어 행당동 일대 시세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규제 직격탄을 맞아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 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 전세금은 10억~11억원 수준으로, 인근 구축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세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행당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65㎡ 전세가 9억원에 계약된 점을 고려하면, 84㎡ 전세가는 사실상 10억원이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막히자 일부는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전용 84㎡ 기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300만원 선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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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공사비…입주권 거래 변수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도 입주권 거래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622억원의 분양 수익을 낸 가운데, 시공사 측이 3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 1월 169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입주가 일시 중단되는 위기까지 불거졌다가 가까스로 재개된 바 있다.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향후 사법부가 시공사 손을 들어줄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 조합원 매물을 구입할 때 늘어날 수 있는 분담금을 주의해야 한다.
입지나 주변 여건은 뛰어나다. 왕십리역과 가깝고 언덕이 많은 성동구에서도 이 일대는 비교적 평지다. 커뮤니티시설, 조경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급화가 느껴졌다. 입주민 만족도는 매우 높다.
단지 입구를 지나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커뮤니티 공간인 ‘써밋 라운지’에 들어서니 중앙부에 조성된 ‘선큰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곡선형 정원 바닥을 따라 물길이 흐르고,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각각 식재한 작은 섬 형태의 조경 공간이 정원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졌다. 최근 입주를 마친 윤 모씨(54)는 “단지 밖으로는 공원이 펼쳐지고, 내부에는 정원이 조성돼 있어 곳곳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