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구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침체기에 빠졌다다. 관련 지표는 역대 최장 하락 기록을 세웠고, 미분양 주택 수는 더디게 줄고 있다. ‘똘똘한 한 채’ 기조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대구 부동산이 위기를 벗어날 지 관심이 쏠린다.
◇ 90주도 긴데, 91주 연속 하락 기록 세운 대구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3주차 대구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98.3으로 1주 전보다 0.04% 내렸다. 2023년 11월 3주차부터터 최근까지 무려 91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전 최장 기록은 2021년 11월 3주차부터 이어진 90주 연속 하락 기록이다.
매매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거래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 달 평균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17건이다. 전년 동기인 2024년 상반기(2312건)보다 10% 이상 적다. 건설업계 줄도산 소식이 잇따르는 등 부동산 경기가 냉랭했던 2023년 상반기(2103건) 거래 건수보다도 낮다.
학군과 관공서가 밀집해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대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더샵3차’ 전용 84㎡는 올해 7월 4억800만원(20층)까지 가격이 올랐으나, 이달 들어 3억4800만원(9층)으로 하락했다. 수성구 두산동 ‘수성SK리더스뷰’ 전용 110㎡는 올 6월 10억4500만원(34층)에 팔린 뒤 지난 달 8억9000만원(28층)에 거래됐다.
◇ 상반기 미분양 주택 수 2% 줄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배경으로는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언급된다. 대구는 지금도 ‘미분양 무덤’ ‘미분양의 늪’으로 불릴 정도로 미분양 주택 수가 많다.
대구 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2021년 6월 1000건대에 불과햇으나, 이듬해 6월 6718건으로 뛰어올랐고, 1년 뒤인 2023년 6월에는 1만409건을 기록하는 등 1만 가구로 올라섰다. 2년 사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줄곧 등락을 거듭하던 대구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8월에서야 1만 아래로 떨어졌다. 대구가 신규 공급을 원천 차단하는 등 강력한 공급 억제책을 썼고, 사업자가 아파트 분양가 할인 등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쓴 덕분이다. 올 6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 수는 8995건으로, 1월(8742건)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국이 -17.5%(7만7264건→6만3734건), 수도권 -29%(1만9748→1만3939건)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 대구서 1000만원 벌 때 서울에서 1억2700만원 벌었다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규제 때문에 매수에 나서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스트레스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데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까지 겹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대구와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분이 10배가 넘는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나왔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지인'과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지난 10년간 전국 주요 도시의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7월 대구의 평(3.3㎡)당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888만원에서 올해 7월 997만원으로 12.27%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서울은 같은 기간 평당 1750만원에서 4482만원으로 156.11%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10년 전 같은 금액으로 대구 아파트에 투자해 1000만원 차익을 얻었다면, 서울 아파트 투자자는 1억27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 현 세금 제도, 불평등 가속화한다
업계에서는 세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구 등 비수도권과 수도권 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 세제가 지방 다주택자보다 서울 1주택자를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팀은 국회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주택 양도소득세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또는 중과세 제도로 인해 수평적 공평 또는 수직적 공평이 침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책 의도와 달리 세제 강화는 주택 가격 상승 및 주택거래 위축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westseoul@chosun.com